‘과열 진정’만으론 부동산 시장 신뢰 얻지 못한다 [데스크 칼럼]
입력 2026.01.05 07:00
수정 2026.01.05 07:00
작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8.71%…19년 만에 가장 높아
새 정부 3번의 대책 효과 미미…규제 일변도 정책 실패 우려
이달 추가 공급 대책엔 구체적 내용·신뢰 회복 노력 담아야
ⓒ뉴시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대표 키워드는 ‘과열’ 이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4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연간 누적 상승률도 8.71%로 지난 2006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작년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반 년 동안 3번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첫 대책이었던 6월에는 ‘갭투자(전세 낀 매매)’ 수요 차단을 위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는 대출 규제에 이어 9월에는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하향 조정해 대출을 더욱 조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달인 10월 15일에는 서울시 25개 전 자치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고 가격대별 주담대 한도를 세분화하는 등 거래와 실거주 요건을 동시에 강화하는 고강도 규제가 시행됐다.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시장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작년 연간 상승률은 전년도인 2024년(4.67%)의 약 2배에 달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8.03%)과 2021년(8.02%) 보다도 높았다. 물론 10·15 대책 시행 이후 거래가 줄면서 집값 급등세는 다소 완화됐지만 이는 정부가 강제로 시장을 제어한 데 따른 효과에 불과하다.
규제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때 이미 입증이 됐음에도 이재명 정부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기에 처했다.
초고강도 규제를 시행해도 공급 확대 없이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규제책이 나오면 잠시 움츠러들었다가 이후 다시 활발해지는 시장의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부작용만 심화됐던 과거의 실패가 이번에도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리만큼 자신감이 넘쳤던 정부의 태도 변화 조짐도 시장의 불안감을 더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6·27 대출 규제 이후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공급 확대, 수요 억제책은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달 5일에는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며 “있는 지혜, 없는 지혜를 다 짜내고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구조적인 요인이라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시장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될 과제였으면 역대 정부 때마다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도 그걸 모르진 않는지 이 달 중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3번의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감안하면 이번 추가 공급 대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낮고 효과도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고강도 규제와 달리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공급 대책이 나오다면 그 결과는 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급 시기와 물량 등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이번 추가 공급 대책에 묻어나야 할 것이다. 그래야 높아질 대로 높아진 수요자들의 주거 불안감도 가실 수 있다.
고강도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억눌렀지만 ‘과열 진정’만으론 시장의 신뢰는 얻지 못한다. 이번 추가 공급 대책이 시장 안정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