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길어서 욕 나올 뻔"…연말 시상식, 지루한 진행·늘어지는 러닝타임 언제까지 [D:이슈]
입력 2026.01.03 11:47
수정 2026.01.03 11:52
자질 부족 신인 MC·상 쪼개기에 5시간 생방까지
"연예대상이 너무 길어서 지치고 지루해서 욕이 나올까 했는데…”
지난달 30일 열린 'SBS 연예대상'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이서진의 수상 소감은 웃음을 자아냈지만 동시에 올 연말 시상식이 안고 있는 피로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시청자뿐 아니라 출연자들까지 지루해하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여전히 비슷한 방식의 시상식 포맷을 반복하고 있다.
ⓒ유튜브 'SBS 스브스 Drama' 채널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SBS 연기대상'은 9년째 메인 MC를 맡은 신동엽과 2026 S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에 출연 예정인 신인 배우 채원빈·허남준을 진행자로 내세웠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예능·라디오·라이브 등 생방송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대부분의 멘트는 자연스럽게 신동엽의 몫이 됐다. 채원빈과 허남준은 애드리브는 고사하고 약속된 멘트조차 매끄럽게 잇지 못했다. 큐 사인이 들어가도 서로 눈치를 보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됐고 허남준은 신동엽의 멘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거나 대본을 뒤적이는 사이 길게는 수 초간 정적이 이어졌다. 리허설 현장을 보는 듯한 어색함이었다.
시상자들의 진행도 매끄럽지 않았다. 베스트커플상 시상자로 나선 로몬과 김혜윤은 누가 먼저 멘트를 칠지 합이 맞지 않아 서로에게 대사를 미루다 5초 이상 정적인 장면이 그대로 생방송을 타며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았다.
같은 날 열린 'MBC 가요대제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진행해 온 소녀시대 윤아 대신 2025년 데뷔해 화제를 모은 올데이프로젝트의 '신세계 손녀' 애니를 MC로 내세웠다. 오랜 시간 진행을 해왔지만 식상하다는 이미지보다는 '가요대제전 하면 윤아'라는 이미지로 호감을 쌓아온 윤아가 급작스럽게 교체돼 당황스럽다는 반응과 진행 실력 검증이 안된 신인이 잘해낼 수 있겠냐는 우려를 안고 시작한 시상식은 역시나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애니는 방송 내내 시선을 대본에 고정해 눈맞춤 등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하지 못했고 표정·톤도 크게 변주되지 않아 '학예회 발표 같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반대로 'SBS 가요대전'은 '뉴페이스 기용'과 '진행 안정감'을 동시에 잡은 한 케이스로 꼽힌다. 2022년부터 가요대전 MC를 맡아 온 아이브 안유진을 중심에 두고 라디오 진행 경험이 있는 데이식스 영케이, 팬덤과의 소통에 능한 엔시티 재민을 함께 배치했다. 세 사람 모두 이미 라이브 방송에 익숙한 만큼 대본에서 살짝 벗어난 농담과 '티키타카'가 자유롭게 오가며 시상식 특유의 '어색한 공기'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에 가요대전 진행을 맡았던 엔시티 도영이 군 입대를 한 상황에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한 점은 가요대제전과 비슷하지만 단순 화제성이나 홍보 효과만을 보고 신인을 전면에 세운 것인지, 진행 경험과 생방송 내공을 고려해 캐스팅했는지에서 결과가 갈린 셈이다.
MC 진행 논란만이 문제는 아니다. 시상식 포맷 자체가 시청자의 피로를 키우는 구조로 굳어져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지적이다.
SBS 연기대상은 신인상·조연상·우수상·최우수상 등을 장르와 성별로 세분화해 한 부문에서 여러 명이 상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해 동안 다양한 작품과 배우들을 고루 조명하려는 의도라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 쪼개기'에 가까웠다. 한 부문이 발표될 때마다 비슷한 멘트와 수상 소감이 반복되고 무대에 오르는 인원이 많아지면서 전체 러닝타임은 더욱 길어졌다.
이날 시상식은 오후 8시 50분에 시작 새벽 1시 40분에 끝났다. 5시간에 가까운 생방송이다. 본방송을 끝까지 본 시청자라면 그 전날 이서진의 수상 멘트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OTT·클립 중심의 소비가 당연해진 시대에, 본방송으로 4~5시간을 붙잡아 두는 포맷 자체가 이미 시청 패턴과 맞지 않아 축제의 장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박보검이 '2025 KBS 연예대상'서 수상 후 별도 부스에서 수상소감을 하는 모습. ⓒ유튜브 'KBS Entertain' 채널
이런 가운데 'KBS 연예대상'은 2025년 수상 소감 1분 룰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수상자가 무대에서 소감 1분을 넘기면 '전국노래자랑' 오프닝 음악이 깔리며 자연스럽게 말을 마무리하게 하고 남은 이야기는 무대 옆 별도 부스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를 살리고 수상자들도 민망하지 않게 진행됨으로써 '생각보다 KBS 연예대상이 제일 재밌었다'는 반응도 이끌어냈다.
연말 시상식은 한 해 동안 수고한 방송가와 출연자들을 격려하는 연례 행사다. 그런데 준비가 덜 된 신인 MC를 화제성만 믿고 전면에 세우고 상의 권위를 높이기보다 숫자를 늘려 모두에게 트로피를 쥐여주는 방식, 그 결과로 새벽까지 이어지는 지친 생방송이 반복되고 있다.
시청자가 바라는 건 꼭 화려한 볼거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들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볼 만한 완성도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선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시상식을 만들 것인지, 매년 반복되지만 또한번 고민해 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