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항로 재개 저울질…HMM, 체력 경쟁 본격화
입력 2026.01.03 07:00
수정 2026.01.03 07:12
수에즈 운하 정상화 가능성...운임 하방 압력 커져
공급 확대·환경 규제에 2028년까지 경쟁 심화 전망
반사이익 후 실적 둔화...HMM 재무 체력으로 대응
HMM의 컨테이너 선박ⓒHMM
2년간 막혀 있던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흐름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홍해 항로가 정상화될 경우 그간 희망봉 우회로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HMM을 비롯한 선사들은 다시 본래의 경쟁 구도로 돌아가게 된다.
3일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초 2505.17포인트(p)에서 작년 12월 26일 기준 1656.32p로 33.88% 하락했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이 강화되며 글로벌 무역 구도가 재편된 영향이 반영됐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 통항이 재개될 경우 운임은 다시 홍해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수에즈 운하 이용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시험 운항에 나서며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2위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는 자사 컨테이너선을 홍해 항로에 투입해 안전성과 운항 여건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 3위 해운사 프랑스 CMA CGM은 내년 초부터 일부 노선의 수에즈 운하 경유 재개를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까지 주요 항로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2023년 10월 홍해 사태 이후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위협하면서 대부분의 해운사들은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했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핵심 물류 요지로,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다.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되자 해운업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경유하는 우회 항로를 선택했고, 이 과정에서 톤마일(Ton-mile·화물 중량과 이동 거리를 곱한 값)이 늘어나며 공급 과잉이 완화됐다. 그 결과 해상 운임은 일정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 여부가 새해 해운업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희망봉 우회가 종료되면 운항 거리와 시간이 줄어들고 선복 효율이 회복되면서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 복귀가 본격화될 경우 선복 축소 효과가 약화되며 운임 하락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은 강화될 환경 규제에 대비해 물동량 증가 여부와 무관하게 선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교체 대상 선박과 신규 선박이 동시에 운영되는 기간이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은 경쟁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HMM의 건화물선(DryBulk)GlobalTrust호.ⓒHMM
이 같은 환경 변화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에도 새로운 국면을 의미한다. 홍해 사태 기간 동안 실적 개선 효과를 누렸던 HMM은 향후 운임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체력과 전략을 동시에 시험받게 됐다. 최근 포스코그룹과 동원그룹 등이 HMM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해운 업황은 기업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10조7259억원, 영업이익 1조396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33%, 60.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HMM의 재무 체력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이 집계한 재무 건전성 지표에서 HMM은 주요 선사 가운데 상위권에 분류돼 있다. 운임 사이클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투자와 운영 전략을 이어갈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동량은 증가하겠으나 운임 하락에 따른 총수익 감소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형 화주 물량을 운송할 수 있는 3대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다는 점과, 높은 강도의 경쟁을 감내할 수 있는 HMM의 재무 안정성은 안심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HMM은 운임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냉동 화물과 특수 화물, 프로젝트 화물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물량 비중을 확대해 손익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벌크 화물과 장기 운송 계약 확대 역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