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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흥행→젊은 독자·출판인 활약, ‘텍스트힙’이 이끈 변화 [2025 대중문화 결산-출판]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2.26 14:00
수정 2025.12.26 14:00

2025년도 대중문화계는 여전히 역동적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고, 동시에 많은 문제점도 노출했다. K-컬처의 각 영역이 해외에서 보내온 수상 소식은 여전히 반갑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중문화계 역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새로운 인물이 스타가 되기도 했지만, 스타의 몰락도 많았다. 그리고 많은 스타가 진짜 ‘하늘의 별’이 됐다. 영상 콘텐츠는 여전히 대중의 삶을 지배했지만, 텍스트를 향한 ‘힙’한 흐름도 이어졌다. 이런 2025년도 대중문화계를 가요, 영화, 방송, 공연, 출판 등 각 영역의 1년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여파로 ‘텍스트힙’(독서는 힙하다)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출판 시장에 ‘젊은 독자’들이 유입됐다.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며 역주행을 이끄는가 하면, 필사부터 병렬 독서까지. 독서 트렌드를 주도하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반가운 변화들이 포착됐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정치 분야 ‘반짝’…식지 않은 문학 열기


지난해 12·3 비상계엄의 여파는 출판계에도 이어졌다. 지난 4월 출간된 이재명 대통령의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2025년 상반기 도서 판매 1위에 올랐으며, 교보문고 기준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는 3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는 교보문고의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7위를 차지했으며, 최강욱 전 의원과 동생 최강혁이 함께 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가 예스24 5월 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사회정치서가 출판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다. 교보문고에서는 사회정치 분야 도서의 전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1%p상승, 독자들의 높아진 관심을 보여줬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서점가를 장악했던 한강 작가의 영향력은 올해도 이어졌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각각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 기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외에도 교보문고 기준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9위, ‘작별하지 않는다’는 11위를 기록했다.


한 작가 외에도 문학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양귀자 작가의 ‘모순’은 2위를 차지했고,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4위,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5위를 차지했다. 상위 10위 안에 한국 소설만 5권이 포함돼 문학의 인기를 입증했다. 교보문고는 “종합 100위 내 소설 30종이 처음으로 순위에 올랐고, 한국소설 외에도 세계문학전집도 다수 상위권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2030 세대들이 문학 강세를 주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예스24에 따르면, ‘혼모노’와 ‘첫 여름, 완주’는 각각 39.2%, 37.6%의 구매가 2030세대에서 발생했고,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첫 소설 ‘자몽살구클럽’은 2030 독자 구매율은 63.6%에 달했다. 구병모 신작 장편 ‘절창’은 43.9%로 나타났다. 교보문고에서는 ‘모순’ 구매자의 39.2%, ‘급류’구매자의 40.1%가 20대였다.


┃ ‘출판인’ 변신 박정민 활약…작은 출판사들 활약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출판사 중 하나는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무제다. 지난 5월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를 출간해 6월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읽는 소설이 아닌,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로 먼저 기획해 다양한 독자를 아우르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배우 염정아, 고민시, 김도훈, 김의성 등 베테랑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완성도 높은 오디오북으로 시각장애인 독자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었다.


4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이 운영하는 알마출판사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을 유일하게 선보인 출판사로 주목을 받았다. 라슬로의 대표작인 ‘사탄탱고’를 비롯해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등 그의 저서 6권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였었는데,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쏠린 관심으로 인해 판매량이 급증했다. 예스24에서는 수상자 발표 직후 12시간 만에 ‘사탄탱고’ 판매량이 올해 연간 판매량의 약 12배를 기록했었는데, 젊은 독자들의 문학 관심 트렌드와 맞물려 꽤 긴 시간 서점가에서 높은 판매 순위를 기록했었다.


┃ 책꾸 이어 필사하고, 교환, 젊은 독자들이 주도하는 책 트렌드


문학을 즐기는 것을 넘어, 독서를 ‘힙한’ 활동으로 여기는 10~30대 독자들은 출판 시장에서 다채롭게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책에 대한 감상을 SNS 등으로 공유하는가 하면, 필사를 통해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인증’하며 역주행을 이끌고 있다. 구매자의 40.1%가 20대였던 정대건 작가의 ‘급류’가 SNS 등을 통해 역주행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예스24는 지난 7월 국내 시집 판매량이 지난해 46%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초 34%(1월 1일~3월 10일 동기 대비) 증가했었다고 전했는데, 이 중 1020 세대 비중은 약 20%로 ‘필사 열풍’이 ‘시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을 내놨었다. ‘여백’이 많은 시는 스티커 등으로 책을 꾸미는 일명 ‘책꾸’ 열풍과도 맞물렸는데, 이에 스티커 등 굿즈와 함께 시집을 구매하는 젊은 독자들도 생겨났었다.


교환독서를 통해 독서의 깊이를 더하는 독서 방식이 새롭게 트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교환 독서는 책에 직접 감상 등 짧은 메모를 남기거나 혹은 문장에 밑줄을 남기는 방식으로 ‘가볍게’ 자신의 감정 및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인데, 이를 타인과 공유하며 독서의 재미를 배가하는 것이다.


독서 동아리 등 모임에서 하나의 책을 정해 돌려 읽으며 의견을 나누기도 하지만, 일부 동네서점에서는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메모를 남길 수 있게 하는 등 독서가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디한 문화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독자들ⓒ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2년 연속 ‘흥행’…서울국제도서전에서 확인한 독자들의 열기


2년 연속 흥행에 성공한 서울국제도서전은 10~30 세대 독자들이 책과 독서를 향해 뜨거운 호응을 보낼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개막 전부터 뜨거웠다. 1차 사전예매인 얼리버드 단계에서 준비된 15만장의 표가 모두 판매되며 2년 연속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장예매분을 남겨뒀어야 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도서전을 향한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었다.


무제의 박정민, 평산책방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유명인들이 도서전에 참여하며 화제몰이에도 성공했다. 김애란, 김초엽, 천선란, 손원평 등 스타작가들도 다수 참석해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으며, 전 바둑기사 이세돌,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이 참석해 대화의 폭을 넓히기도 했었다.


‘국제’ 도서전의 의미도 보여줬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6개 나라 100여개 해외 출판사가 참여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진흥원은 ‘K-북 저작권마켓’을 통해 해외 30개국 출판사와 에이전시 등 100개사의 도서전 참관을 지원하기도 했었다. 당시 한 출판사 관계자는 K-콘텐츠를 향한 관심과 맞물려 상담이 활발했으며,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새 시장 잠재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었다.


┃ 흥행 뒤, ‘사유화 논란’ 해결은 숙제


다만 서울국제도서전의 흥행 뒤, 일부 출판인들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사유화를 반대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내년 도서전이 공공성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국제도서전은 2023년 8월 윤석열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고보조금 사업 수익금을 누락 보고했다며,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과 서울국제도서전 주일우 대표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보조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면서 ‘홀로 서기’에 나섰었다.


이에 출협은 2025 서울국제도서저이 열리기 전,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을 설립했는데 이때 지분의 90%를 대주주 3곳이 독점하는 것은 도서전 운영이 공공성보다 주주 이익 제고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도서전 측은 도서전의 안정적인 개최를 위해선 주식회사 전환이 불가피했다며, 공개적으로 주주를 모집했으나 초기 청약액이 적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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