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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책임 기준은 구조통제 여부”…노동부, 노란봉투법 지침 행정예고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12.26 09:00
수정 2025.12.26 09:00

사용자성 판단 기준 제시

노동쟁의 대상 확대 기준 마련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입법예고안(노조법 시행령) 의견청취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참석해 있다. ⓒ뉴시스

고용노동부가 내년 3월 10일 시행 예정인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구체적인 해석 지침을 마련했다. 이번 지침은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노동쟁의 대상 확대에 관한 구체적 사례를 담았다.


노동부는 2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20일간 개정 노조법 제2조 해석지침(안)을 행정예고한다.


원청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은 ‘구조적 통제’


이번 지침안의 핵심 내용은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사용자 범위’의 구체화다.


법 개정으로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사용자로 인정된다.


노동부는 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구조적 통제란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인력 운용, 근로시간, 작업 방식 등 근로조건의 틀을 지정하거나 변경해 하청 사용자의 결정 재량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원청이 특정 공정의 인력 수와 자격을 지정하는 경우 ▲원청의 생산 공정과 연동돼 하청의 교대제나 연장근로가 결정되는 경우 ▲세밀한 작업지시서나 관리시스템으로 업무 방식을 결정하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원·하청 생산라인이 밀접하게 연계된 경우에는 구조적 통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수급인이 독립된 설비를 갖추고 부품을 납품하는 통상적인 물량도급 관계에서는 인정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이 계약 이행을 위해 요구하는 사항은 구조적 통제와 구별돼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 과도한 사용자성 확대를 경계했다.


보완 지표로는 ‘원청 사업 편입’과 ‘경제적 종속성’이 활용된다.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체계에 직접 편입돼 있거나, 전속 계약 해지 시 하청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상황 등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주요 고려 요소가 된다.


노동안전·복리후생 등 분야별 사용자성 인정 사례


노동부는 현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근로조건별 사용자성 인정 예시를 제시했다.


노동안전 분야에서는 원청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지배·통제하거나, 하청 사용자가 단독으로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시설과 장비의 관리 책임이 원청에 집중돼 하청 근로자의 안전이 원청의 결정에 의존하는 구조 여부가 판단 쟁점이다.


작업 환경과 복리후생 부문에서도 원청의 영향력이 실질적인지 따진다. 하청 근로자가 사용하는 휴게시설이나 통근버스의 이용 기준을 원청이 정하거나, 작업 공간의 소음·분진 저감 등 환경 개선 권한과 예산이 원청에만 있는 경우 사용자로 볼 여지가 크다.


임금 및 수당과 관련해서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인건비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임금 인상률, 각종 수당 기준을 직접 제시해 하청 사용자의 재량을 제한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반면 도급인이 도급 총액만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수급인이 자율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낮다.


근로조건 실질 변동 초래해야 노동쟁의 대상


개정 노조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 대상을 기존의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는 경영상 결정이 쟁의 대상에서 배제돼 발생했던 목적상 불법 쟁의행위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지침안은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에 따라 합병, 분할, 매각 등 기업 조직 변동 결정 그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리해고나 배치전환 등은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


노동부는 기업 변동에 따라 고용 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노동조합이 고용 보장 요구 등에 대해 실효성 있는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정리해고 미실시’나 ‘정리해고 시 노조와 사전 합의’ 등의 요구가 이에 해당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징계·승진 기준의 설정 및 변경 요구 등 ‘근로자 지위’와 관련한 분쟁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역시 쟁의 대상이 된다. 다만 이는 문언의 의미가 명확함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거나, 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위반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로 한정한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개정 노조법은 원하청의 상생 성장을 위해 대화 자체가 불법인 상황을 해소하고 불법파업과 과도한 손해배상청구 등 악순환 고리를 끊어서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에 예고된 해석지침은 이러한 입법취지를 반영하려는 것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예고기간 중 다양한 현장 의견에 귀 기울이고 토론 등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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