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For·Of the 이재명’…대통령만 빛난 업무보고
입력 2025.12.24 15:16
수정 2025.12.24 15:20
최초 시도한 업무보고 생중계
‘국민 소통’ 긍정 평가 나왔지만
공개 망신 주기 ·정제 안 된 발언도
“대통령 개인기만 돋보일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시작한 부처 업무보고가 23일 해수부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정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정책·예산을 즉석에서 지시하는 장면을 실시간 공개로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은 정책이 공개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는 점 등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6개월 후 다시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한 만큼 이러한 문제들은 반드시 고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업무보고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국민이 국정 방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이 장·차관은 물론 실무자들과 직접 토론하면서 국정 방향을 조율하는 과정을 실시간 지켜본 만큼 소통 효과는 확실했다는 평가다.
각종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 대통령 특유의 ‘디테일’을 부각한 점과,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유도한 칭찬·질책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 스스로 “업무보고 시청률 엄청 높지 않을까 싶다. 요새 넷플릭스보다 더 재미있다는 설이 있던데…”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문제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질책한 장면이다.
이 대통령은 “나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보고서에) 쓰여 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참 말이 길다” 등과 같은 언어로 이 사장을 공개 망신시켰다. 참고로 이 사장은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전임 정부가 임명한 사람이다.
이 대통령이 망신을 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론 그렇게 됐다. 이 대통령이 질책하자 전임 정부 사람이라서 일부러 망신을 줬다는 오해(?)가 나오는 이유다.
업무보고 내용과 관계없이 이미 질타할 사람을 정해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 질문 의도는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답정너)’라고 해석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야당에서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두고 “갈라치기와 권력 과시의 정치 무대”라고 비판했다. 여당이 “야당의 흠집 내기와 정쟁”이라고 반박했지만, 업무보고가 정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환단고기’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함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을 낳기도 했다.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정책이 외부로 알려진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제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마저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불쑥 이야기를 꺼내자 실무진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접종도 여성 청소년은 13세까지 HPV 백신을 무료로 맞고 있다는 취지로 업무보고가 이뤄져 혼란을 낳았다. 틀린 정보이기 때문이다.
업무보고 이후 학부모 문의가 쇄도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만 12~17세 여성 청소년 및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정정했다.
이런 부작용으로 이번 업무보고가 대통령 개인기를 입증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변이 뛰어난 대통령이 공무원들과 토론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의’ 업무보고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준일 시사 평론가는 “이재명 대통령은 비슷한 방식으로 (과거에) 정치적 재미를 봤다. 경기도지사 때 실·국장 회의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본인은) 개혁적 정치인, 행정 리더 (이미지를 갖고), 반대쪽에는 일 제대로 안 하는 행정 관료들, 이를 보고 박수치는 관중…. 이런 구도를 만드는 거에 매우 익숙하다”며 “본인이 돋보이는 스타일의 리더십, 이런 걸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게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업무보고 생중계는 우리도 처음이라 낯설고 많이 긴장했던 부분이 많았다”며 “내가 (생중계 업무보고의) 장단점을 평가할 건 아닌 것 같고, 6개월 뒤에 또 하신다고 하니 조금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그땐 채워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