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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버티는 힘”…섬 양치식물 100종 ‘포자 도감’ 발간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2.23 14:49
수정 2025.12.23 14:50

호남권생물자원관, 2년간 연구 끝

미세구조 정보 확보 멸종위기종 4종 포함

한국 섬 양치식물 포자 도감 표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최근 국내 연구진이 맨눈으로 보기 힘든 섬 고사리 ‘포자’를 정밀 분석해 도감으로 펴내는 성과를 거뒀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관장 박진영)은 지난 2년간의 집중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섬 지역에 자생하는 양치식물 100종의 포자 미세구조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집대성한 ‘한국 섬 양치식물 포자 도감’을 오는 23일 발간했다.


흔히 고사리 씨앗으로 불리는 ‘포자’는 크기가 매우 작아 그동안 일반인은 물론 연구자들도 상세한 형태를 관찰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전계방출형 주사전자현미경(FE-SEM)을 동원해 포자를 수만 배까지 확대, 표면의 정교한 무늬와 미세 형질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수행된 양치식물 포자 연구 중 최대 규모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물석송, 솔잎난, 새깃아재비, 검은별고사리 등 4종과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분포가 확인된 16종의 정보가 포함되어 학술적 가치를 더했다.


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포자의 외벽을 구성하는 ‘스포로폴레닌(Sporopollenin)’ 성분은 화학적 내성이 매우 강해,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퇴적층 속에서 형태가 변하지 않고 보존된다.


이 때문에 이번에 구축된 데이터는 단순한 생물 기록을 넘어, 지질학적 화석 데이터와 대조를 통해 과거의 식생 분포와 기후 변화 궤적을 밝혀내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에 발간한 도감에는 포자의 고배율 이미지뿐만 아니라 식물의 형태학적 특징, 분포 정보, 포자낭군 형태 등이 고해상도 사진과 함께 수록됐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학생과 일반 시민도 섬 양치식물의 신비로운 모습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윤나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전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섬 양치식물의 미세구조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보전·복원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섬 생물다양성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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