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부동산 PF 20% 제한…취지는 공감, 부담은 우려
입력 2025.12.24 07:41
수정 2025.12.24 07:41
중앙회 자기자본비율 7%로 단계 상향도 추진…조합 순자본비율 4%까지
부동산·건설업 대출 가중치 110% 적용…PF 대출 비중 20% 이내 제한
전문가 "자산 1000조 '공룡급' 성장…리스크 관리 은행 수준으로 올려야"
업계 "제도 개선 필요성엔 공감하지만…기초체력 부족해 속도조절 필요"
상호금융중앙회의 부동산 등 대체투자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개별 조합의 손실흡수능력도 높인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자본 관리 기준을 끌어올린다. 상호금융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규제 강도와 이행 속도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2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상호금융 정책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상호금융권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 자산 규모가 1000조원을 넘어서며 금융시스템 내 비중이 커졌지만, 자산 구성과 내부통제 측면에서는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이 급장하며 비생산적 부문 의존도가 커졌고, 일부 조합에서는 지배구조·내부통제 미비로 금융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개선안을 통해 중앙회와 조합 전반의 자본·위험 관리 기준을 상향하기로 했다. 먼저 중앙회의 경우 개별 조합을 지원·관리하는 역할을 고려해 경영지도비율(자기자본비율) 기준을 현행보다 단계적으로 높여 저축은행 수준인 7%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부동산펀드·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에 대해서는 건전성 분류를 의무화하고, 승인 절차와 투자 한도 설정, 이사회 보고를 통해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중앙회와 조합의 유동성 지표 산정 방식을 개선해 유동성 리스크 관리도 강화한다.
개별 조합의 재무 건전성 기준도 함께 상향된다. 신협·수협·산림조합의 최소 순자본비율 기준을 현행보다 단계적으로 높여 4%까지 끌어올려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한다. 신협에는 경영개선명령 제도를 도입해 부실 조합에 대한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조치의 실효성도 보완하기로 했다.
부동산 PF 대출과 공동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규제 역시 강화한다. 순자본비율 산정 시 가중치 110%를 적용하고, 부동산 PF 대출 비중은 총대출의 20% 이내로 제한한다.
아울러,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연계된 공동대출의 경우 중앙회의 사전 검토를 의무화하는 등 취급 요건을 강화하고 'PF 대출 모범 규준'을 신설해 관련 대출 리스크 관리를 체계화한다. 장기 부실 PF 사업장의 정리 촉진을 위해 부실 자산의 회수예상가액 산정 기준도 정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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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개선도 제도 개선안에 포함됐다. 임원 자격 제한 요건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수준으로 강화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 조합장의 편법적 장기 재임을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다만, 당국은 제도 변화가 현장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이행 시점은 과제별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건설업 대출 충당금 적립률 130% 상향 또한 내년 3월 말까지 3개월 유예해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상호금융권의 자산 규모 확대에 따라 제도 정비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출자금 중심의 자본 구조를 감안하지 않은 규제 강화는 현장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호금융권이 자산 규모 1000조원을 초과한 '공룡급'으로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 관리 수준을 은행·저축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건 불가피한 조치"라며 "부동산 PF 부실 확대와 연체율 악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손실흡수능력과 여신 관리 체계를 강화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장의 우려처럼 출자금 중심 자본구조에 은행급 규제가 급격히 적용되면 신규 여신 위축과 지역 금융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고, 기업·서민 대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 상향과 충당금 적립 유예, 규모별 차등 적용 등 속도 조절을 유지하면서 서민·지역금융 특화 인센티브를 보완책으로 도입해야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업권 내부에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초 체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현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제도 개선 필요성 자체에는 업권 전반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조치나 이행해야 할 조치가 많아 현장에서는 실제 도입 과정에서 부담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행히 항목별로 적용 시기를 나누고 중·장기 유예 기간을 둔 점은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로 보고 있다. 당국과 조율 과정을 거쳐 상호금융의 역할과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표된 방안 중 상당수는 2~3년 전부터 논의해 온 사안이다. 당국이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에 대비해 건전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며 "다만, 기초 체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단기적으로 현장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순차적 적용 등 속도 조절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