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장이 신의 한 수?"…美 생물보안법 통과에 韓 CDMO 수혜 기대
입력 2025.12.23 15:12
수정 2025.12.23 15:14
트럼프, 생물보안법 포함된 국방수권법 서명
中 바이오 규제 본격화…우시, BGI 등 겨냥
현지 생산 시설 갖춘 韓 기업 '반사이익' 기대
美 바이오 협력 관련 이미지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사실상 중국 바이오 기업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미 ‘생물보안법’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내 현지 생산 시설을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이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에 최종 서명했다. 미국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특정 바이오 기술 제공자와의 계약 및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이 생물보안법의 핵심이다.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12월 중국 바이오 기업의 적극적인 리베이트 등의 영향으로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했으나, 올해 우려 기업 지정 절차의 투명성을 보완하는 등 법안을 보다 정교하게 수정하면서 1년 만에 대통령 서명을 받았다.
미국 바이오 산업 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신흥 바이오 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는 최근 중국이 미국 바이오 기술을 따라잡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3년으로 좁혀졌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생물보안법 시행에 따라 관리예산국(OBM)은 1년 내 우려 바이오 기업 명단을 공표하게 된다. 기존 계약은 5년간 유예되지만, 신규 계약 및 갱신은 즉각 금지된다.
업계는 이번 법안에 따라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미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의 강자인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유전체 기업 BGI, MGI 테크 등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에스티팜 등 국내 업체들은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GSK로부터 미국 내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인 휴먼지놈사이언스(HGS)를 약 4136억원에 인수하며 현지 거점을 확보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에서만 총 6만ℓ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공급망 안정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면서,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 문의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CDMO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고 이원화된 생산 시설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체 공급자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생산 시설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서정진 회장 지휘 아래 미국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셀트리온도 수혜권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의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을 3억3000만 달러(약 46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셀트리온의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짙었으나, 생물보안법 발효와 맞물리며 CDMO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 지난해 말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을 설립, CDMO 시장 진출을 공식화 한 바 있다. 실제로 서 회장 또한 지난 11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힌 뒤 위탁생산 문의가 여러 곳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셀트리온이 직접 위탁을 받아 생산하고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이 영업을 맡는 구조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티팜, 롯데바이오로직스에게도 기회도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스티팜은 올리고핵산 분야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시러큐스 공장을 기반으로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을 노리고 있다.
에스티팜의 경우 이미 RNA 치료제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10곳에 신약 원료를 공급하고 있어, 이번 법안 발효 시 중국산 원료를 대체하려는 글로벌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이 통과됨에 따라 다가올 2026년은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기업간 시장 경쟁 구도에 큰 파장을 미칠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중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미국 내 시장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한국, 인도, 일본 기업들의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