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5만ℓ 송도에 美 거점 더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듀얼 체제 '시동'
입력 2025.12.22 11:35
수정 2025.12.22 14:36
GSK 미국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 인수 계약
기존 시설 인수 및 고용 승계로 고객사 요구 즉각 대응
롯바·셀트리온 이어 송도와 미국 잇는 듀얼 사이트 전략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래 첫 해외 생산 기지를 확보하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 강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유지해온 송도 중심의 효율 극대화 전략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든 것이다.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HSC)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주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다. 인수 금액은 약 2억8000만 달러(약 4147억원)로 양사는 오는 2026년 1분기까지 모든 자산 인수 절차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GSK 생산 공장 인수는 존 림 대표가 고수한 ‘송도 집중’ 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금까지 인천 송도에 대규모 공장을 집중 건설해 생산 효율성과 물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내세워 왔다.
실제로 존 림 대표는 바이오 USA 2024 현장에서 “미국 공장을 인수하는 것보다 한국 공장 증설이 더 효율적”이라며 현지 공장의 노후화와 서비스 제약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혀 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기조가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와 유망 바이오텍들은 파트너사 선정 시 ‘미국 환자용 제품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을 요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설립에 최소 3~5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접 건설 대신 ‘기존 시설 인수’라는 전략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생산 시설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이번 미국 생산 시설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같이 본격적인 ‘듀얼 사이트 전략’을 구사하게 됐다.
앞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셀트리온이 미국 일라이 릴리 공장을 인수하며 글로벌 생산 거점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해외 생산 시설 확보로 영토 확장에 합류한 것이다.
이번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락빌 시설은 미국 메릴랜드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 자산으로 총 6만ℓ 규모의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임상용 시료부터 상업용 제품까지 생산 가능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한국 송도와 미국 락빌을 잇는 ‘글로벌 이원화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GSK의 기존 생산 계약을 승계함으로써 인수와 동시에 안정적인 위탁생산(CMO) 물량도 확보했다. 또한 현지 공장 운영 노하우를 가진 500여명의 전문 인력을 전원 고용 승계해 해외 생산 기지 운영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이고 즉각적인 가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해외 기지 확보와 동시에 본진인 송도의 생산 능력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공장에 1000ℓ 규모의 바이오 리액터 1기를 추가로 도입하며 전체 생산 능력을 78만5000ℓ로 확대했다. 이는 ▲1공장 3만ℓ ▲2공장 15만5000ℓ ▲3공장 18만ℓ ▲4공장 24만ℓ ▲5공장 18만ℓ를 합한 압도적 규모다.
또한 지난 11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 11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 부지 18만7427㎡를 2487억원에 매각하는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을 위한 대규모 증설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락빌 공장 인수를 시작으로 북미 시장의 수요를 고려해 생산 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는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존 림 대표는 이번 인수에 대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발전과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라며 “풍부한 경험을 갖춘 현지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락빌 시설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