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과 곱씹는 한글의 말맛 [출판사 인사이드⑱]
입력 2025.12.22 08:56
수정 2025.12.22 08:58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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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의 ‘깊이’를 ‘쉽게’ 풀어내는 이응
서울숲 인근에서 책방 산책아이를 운영하다 2022년, 우리말 책 전문 출판사로 전향한 이응은 우리말 부사를 다섯 가지 맛으로 나눠 소개한 첫 책 ‘맛난 부사’를 시작으로 ‘아름답고 쓸모 있는’ 우리말 관련 책을 펴내고 있다.
작가인 장세이 대표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로, 다양한 상황에 쓰는 우리말 의성어, 의태어 2000여 가지를 풍요롭게 소개한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의 새 판을 비롯해 국내 최초 우리말 사진 산문 ‘말문이 열리는 순간’ 등 우리말의 가치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장 대표는 “더 많은 독자가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쓸모, 깊은 말맛을 되새기는 길에 발밤발밤 동행하는 벗이 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말 책 전문 출판사’라는 다소 생소한 도전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잡지 기자, 편집장을 거치며 직접 느낀 우리말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는 “매달 많은 양의 원고를 쓰다 보니 우리말의 어떤 말맛에 대해 실감하게 되더라. 그런 책을 찾아보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을 하게 됐다”라고 출판사 시작 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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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말’은 넘치는 시대지만, 우리말만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장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온라인상에서 소통하는 방식이 확산된 가운데, 채팅과 SNS 등으로 가볍게 글을 쓰다 보니, 엉망인 글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단조로움으로 점철된 글들을 보며 ‘왜 우리 좋은 말이 많고, 깊은데 우러날 수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도 있지만, 유튜브 콘텐츠도 많아지면서 말은 넘치지만, 제대로 된 맛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말은 정말 말맛이 뛰어난 언어다. 그 깊이를 독자들이 음미할 수 있게, 이응이 길라잡이가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응의 책들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예쁜 우리말들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응의 ‘말문이 열리는 순간’은 한국어 형용사를 소개하는 책인데, 빛깔과 모양, 풍경, 감정, 태도, 가치 등 총 여섯 개의 장으로 형용사를 나눠 어울리는 사진과 함께 소개를 하고 있다. 대나무 쟁반에 정갈하게 놓인 매실 사진을 보며 ‘아 짙푸르다’라는 표현을 만날 때 우리말의 매력이 피부로 체감된다.
◆ 로컬로, 해외로 직접 확대하는 가능성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물론, 우리말을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 해외 독자들도 겨냥 중이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주빈국 대만의 출판인들이 이응의 책을 보며 즐거움을 느껴 책을 구매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접한 장 대표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도서를 위탁하고, 수출 전문 에이전시에 영어 번역 자료를 보내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응의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도서전 혹은 북페어 등 책 축제를 통해 능동적으로 책을 즐기는 ‘요즘’ 독자들을 겨냥, 책 잔치 ‘일십백북페어’를 직접 기획해 이응은 물론, 다양한 작은 출판사들의 책을 소개했다. 책 잔치는 많이 열리지만, 규모가 작은 출판사들은 참여가 어렵지만, 열패감을 느끼며 안주하는 대신 행사를 기획해 직접 독자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장 대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서 일십백북페어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97%였다며 “다음에는 자기 동네에서 열어달라는 분도 계셨다. 1인 출판사들이 참여한다는 일십백북페어의 특성이 로컬과도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아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독자들은 알면 산다. 실물을 보고, 내용을 접하면 흥미를 느끼는데, 사실 실물 책과의 접점이 없어지고 있지 않나. 서글프지만, 그래서 이런 걸 더 열심히 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