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힘 실은 건보공단 특사경…의료계 또 반발
입력 2025.12.19 09:00
수정 2025.12.19 09:05
좌훈정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건보 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 저지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를 두는 것을 지원하라고 하자 의료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국회 앞 1인 시위에 돌입하며 제도 추진 철회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부당청구와 사무장병원 문제를 언급하며,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불법 개설 의료기관과 조직적 부당청구를 보다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차단하겠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단속 과정에서의 시간 지연과 수사 공백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구조적으로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건보공단이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사무장병원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현실이 있다. 불법 개설 단계에서부터 차단되지 못한 의료기관이 부당청구로 이어지고 행정조사와 사후 환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지조사 이후 수사기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반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이 불필요한 공권력 확대라고 주장한다. 이미 복지부 특사경과 경찰 전담수사팀, 지자체 사법경찰단 등 수사체계가 갖춰져 있어 중복 수사와 권한 남용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부당청구 문제 역시 현행 심사와 사후관리 체계만으로 충분히 적발과 환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건보공단이 의료기관과 수가 계약을 맺는 당사자라는 점을 문제 삼는다. 강제지정제와 임의조사권 등으로 이미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황에서 수사권까지 부여될 경우 의료기관이 권력적 종속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의료인의 진료 위축과 방어 진료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의협은 사무장병원 근절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해법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개설 단계에서의 검증 강화,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제도 도입, 의료인단체의 자율적 징계 기능 강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힘을 실은 건보공단 특사경 구상은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재정 관리 논리와 의료계의 권한 남용 우려가 정면으로 맞서는 구도가 또 한 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 역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지점은 특사경 권한이 과도하게 행사될 수 있다는 점으로 알고 있다”며 “정해진 법령과 절차에 따라 필요한 범위에서만 부당청구 여부 등을 살펴보고 불법 사무장병원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