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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빙글빙글 도는 K-방산의 눈"…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서 본 수출 경쟁력

데일리안 구미(경북) =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2.15 12:00
수정 2025.12.15 12:06

구미 신사업장, MFR·CMS 한곳서 개발·시험·양산하는 통합 생산 거점

생산능력 30~40% 확대…중동·동남아 대형 방산 수출 물량 동시 대응 체계 확보

레이다·CMS 연계와 MRO까지 K-방산 수출 허브 역할 강화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안테나군). ⓒ한화시스템

지난 12일 찾은 경북 구미시에 있는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이곳 천궁 체계 레이다 조립·시험장에 들어서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360도 빠르게 빙글빙글 도는 거대한 국방색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물체가 바로 조 단위 '잭팟'을 터뜨린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안테나군)'다. 항공기와 탄도탄 등 적의 공중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의 핵심 장비로, 대공 방어 체계의 '눈'에 해당한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육중한 사각형 구조체는 겉보기에는 투박한 철제 박스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모든 방향에서 접근하는 적 전투기와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전경. ⓒ한화시스템

이처럼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은 다기능레이다(MFR)부터 함정과 무기체계를 통합 지휘하는 전투체계(CMS)까지 K-무기체계의 '눈'과 '두뇌'를 동시에 책임지는 차세대 방산·전자 장비 생산 거점이다. 레이다와 전투체계를 한곳에서 개발·시험·양산하는 구조를 통해 한화시스템은 늘어나는 방산 수출 물량과 까다로워진 납기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이곳에 집약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약 2800억원을 투자한 이 시설은 지난달 말 기존보다 두 배 넓어진 8만9000㎡ 규모로 조성됐다. 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인 1500평 최첨단 클린룸을 비롯해 약 700평 규모의 자재관리실, 레이다와 전투체계 조립·시험을 수행하는 제조동과 개발시험동, 연구개발 기능을 담당하는 연구동, 그리고 양산 이후 유지보수와 성능개량을 맡는 MRO동으로 구성돼 있다.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제조동에 위치한 근접전계시험장(챔버). ⓒ한화시스템

생산 능력도 이전 사업장 대비 크게 개선됐다. 구미 신사업장은 물리적 생산 공간과 설비 용량을 기존보다 30~40% 이상 확장했으며, 단순 면적 확대를 넘어 공정 효율화를 통해 단위 시간당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연이은 대형 수출 계약 물량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이날 기자단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곳은 천궁 체계 레이다 조립·시험장이었다. 레이다 조립·시험장은 천궁-II 다기능레이다를 비롯한 중·대형 레이다의 안테나 근접전계 시험과 핵심 구성품, 체계 조립·시험, 성과기반군수지원(PBL) 순환정비까지 제품 전 수명주기를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구축된 원스톱 생산시설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의 핵심 구성품과 체계 조립·시험 공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 1월 완공을 목표로 구축 중인 안테나 근접전계 챔버는 천궁-II MFR과 KF-21 AESA 안테나 등 다양한 과제의 성능 측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 원전계시험장에서 천마 추적레이다 안테나 성능시험이 수행되고 있다. ⓒ한화시스템

현장에서는 실제 레이다의 구동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안테나, 송신 세트, 제어기 등 3개 부체계로 구성된 이 장비는 상황에 따라 360도 회전하며 전방위를 감시하거나, 안테나를 고정한 채 특정 구역(90도)을 집중 탐색할 수 있다. 회전 모드에서는 분당 40회라는 빠른 속도로 돌며 표적을 탐지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현재 생산 중인 천궁-II 다기능레이다는 국내 최초로 교전을 전제로 설계된 다기능레이다"라며 "레이다는 탐지와 추적, 피아식별을 동시에 수행하며 위협 표적으로 판단되면 교전통제소의 판단에 따라 교전 표적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울산급 Batch-III 전투체계(CMS)의 함정 탑재 전 사전 시험을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이와 함께 구미 신사업장에서는 '눈' 역할을 하는 레이다뿐 아니라 전장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CMS) 생산과 시험도 병행되고 있다. CMS는 함정에 탑재된 레이다와 전자광학 장비, 무장, 통신, 항해 체계를 통합해 전술 상황을 판단하고 교전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지휘통제 시스템이다.


이 같은 레이다와 전투체계의 통합 생산 구조는 한화시스템 방산 수출 확대와 직결된다. 해외 고객 입장에서 방산 장비는 개별 센서 성능보다, 실제 전장에서 탐지·판단·교전이 하나의 체계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동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늘어난 수출 물량 상당수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주요 수출 품목은 천궁 체계 다기능레이다를 포함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 레이다(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K2 전차 조준경과 사격통제장비(폴란드), K9 자주포 사격통제장비(이집트·폴란드·필리핀), 해양 전투체계(필리핀) 등이다.


한화시스템의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 ⓒ한화시스템

전사 기준 수출 비중은 약 20% 수준이지만, 2025년 기준 구미 사업장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특히 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수출이 늘어나면서, 구미 신사업장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향후 10년 이상의 성장세로 고려해 설계된 구미 신사업장은 방산 수출 확대에 맞춰 역할을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글로벌 수출 물량 증가 추이에 맞춰 자동화 설비 도입과 생산 라인 고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레이다와 전투체계의 성능개량과 MRO까지 포함한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순한 제조 공장을 넘어, K-방산 수출을 뒷받침하는 핵심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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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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