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에만 몰입 말고 ‘고품질 자원화’ 체계 갖춰야”
입력 2025.12.15 10:51
수정 2025.12.15 10:52
내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늘어나는 폐기물에 ‘쓰레기 대란’ 우려
재활용 기준·통계·품질·유해성 등
통합적 정책으로 고품질 순환자원
지난해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일회용품 사용과 택배, 배달 포장재 사용이 늘면서 생활폐기물(쓰레기) 발생도 증가 추세다. 내년부터 서울과 경기도, 인천 지역에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마저 금지되면서 자칫 쓰레기 대란까지 우려된다.
이에 현재 재활용 방식을 벗어나 ‘고품질 순환자원’을 위한 기준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2일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폐기물 체계 혁신의 핵심은 단순한 처리량 확대가 아니라 재활용을 고품질 순환자원 생산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현행 투입 중심 통계와 품질·유해성 기준 부재를 개선하기 위해 유럽연합 산출 기준·폐기물 종료 등 명확한 규범과 신뢰 기반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재활용 기준·통계 체계의 구조적 전환 ▲품질·유해성 표준 및 인증체계 구축 ▲고품질 순환자원 시장 육성 및 국제 교육 지원 방안 등 통합 정책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현재 정부 폐기물 관리를 ‘처리’ 관점에 머물러 고부가가치 재활용이 활성화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매립·소각할 잔재물이 필연적으로 많아진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물리적 처리 공간 부족, 천연자원 사용 증가와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폐기물 위기 극복과 국제사회 탄소중립·순환경제 전환 목표 달성을 위해 재활용 증대는 필수다. 핵심은 ‘재활용 기준’을 고품질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준이 잘못 설정되면 통계상 재활용되더라도 실제 재활용시장에서 외면받는 ‘그린 워싱’ 문제가 발생해 순환자원의 시장 수용성을 저해한다”며 “현행 재활용 기준은 투입량 중심 산정으로 품질과 환경적 기여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 역시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경우 실질 성과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규범을 재정리 중이다. EU는 순환경제를 통해 재활용 결과물이 시장에 다시 투입될 수 있는 품질을 확보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핵심인 ‘폐기물 종료’ 제도는 일정 품질과 기능을 확보한 재활용 산물이 더는 폐기물이 아니라 완전한 제품·원료로 간주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가 간 비교 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재활용 통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정 기준의 전면 개편을 추진 중이다. 재활용품이 최종 제품 생산 단계에서 실제로 사용한 양을 기준으로 하는 ‘산출 기준’ 또는 ‘최종 재활용 기준’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
한 폐기물 재활용업체에서 폐비닐을 파쇄해 고형연료를 만들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이런 접근은 각국 재활용 정책의 초점을 양적 처리 중심에서 실질 자원 효율성·품질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
미국은 폐기물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순환 자재 기준을 명확히 했다. 특히 유해성이 있는 폐기물의 재활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관리와 추적 시스템을 적용해 환경 오염을 사전에 방지한다.
독일은 재활용에 대한 우선순위(재사용-재활용-회수)를 명확히 했다. 자원 효율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업의 순환자원 활용을 적극 지원한다.
일본은 ‘폐기물 처리법’과 별도로 ‘순환형 사회형성 추진 기본법’을 통해 개별 품목별로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재활용 제품 인증 제도를 운영 중이다.
보고서는 실질적인 순환경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순환경제사회법’을 개정해 EU 폐기물 종료 기준을 도입하고 재활용한 물질을 품목별로 일괄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의무 달성률 등 핵심 정책 지표 산정 기준을 최종 재생 제품 생산 공정에 실제 투입한 순수 순환자원량을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 시설별 불순물 및 잔재물 발생량을 정확히 기록하는 모니터링 체계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통계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 의견이다.
순환자원 품질 등급 인증제를 도입해 자원의 유해성과 물성 기준을 최종 용도에 따라 세분화한다. 이를 충족하는 순환자원에 대해서는 국가 공인 품질 등급을 부여해 제조업계 구매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유해물질 관리 기준도 정교화해야 한다. 순환자원 특성에 기반해 품목·용도별 유해물질 허용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안전성 논란을 해소하고 순환자원 사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수요자 중심 재생원료 사용 혜택도 중요하다. 재생원료 사용기업에 탄소배출권 추가 부여, 순환자원 구매 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공공조달 시 가점 부여 등 강력한 수요 촉진책을 통해 고품질 순환자원의 안정적인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조치는 폐기물 종료 기준 법제화와 성과·통계 체계 개편과 맞물릴 때 비로소 순환경제 생태계가 자립적으로 운영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