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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장과 대통령은 한가하지 않으시다 [기자수첩-사회]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5.11.17 07:00
수정 2025.11.17 07:00

법무부 항소금지 논란, 대장동과 '찜찜함' 닮은꼴

'몰랐다' 면책부 어디까지…묵시적 동의 있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항소 포기를 지시하지 않았다. 그런 문제에 관여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금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이 언론에 전한 해명이다. 수년간 공들인 사건을 윗선 지시로 포기한 일선 검사들, 도망치듯 사의를 표명한 서울중앙지검장, 쫓겨나듯 물러난 검찰총장 대행 등등 찜찜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 가운데 대통령실의 입장까지 접하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내가 책임자는 맞지만 내가 지시하지 않았으니 내 책임은 아닌 일"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6일 자신의 이른바 '김문기 모른다' 발언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나와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의혹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김문기씨와의 관련성을 부정한 것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성남시장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총괄한 김씨와 자신을 특별한 관계로 묶으려 한다며 시장이 하위 직급 공무원까지 어떻게 기억하냐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장동 개발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이같은 태도로 일관한다. 일부 관리자급 공무원의 일탈이 있었고, 부정한 이익은 민간업자들에게 돌아갔으며, 개발사업을 최종 승인했으나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는 말이다. 물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당시 박근혜 정부 국토부의 압박과 지시가 있었다며 결이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수사 당시 경제공동체 이론과 함께 '묵시적 동의'라는 논리를 썼다. 당시 법원도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묵시적 부정청탁 관계를 인정했다. 명시적인 청탁도, 구체적인 증거도 없지만 당사자가 청탁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제3자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화제가 됐다.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압박 느꼈을 것" vs "의사전달만 했지 지시하진 않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불거진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은 국정원장 구속영장 청구 무마 의혹에 "검찰과 의견 교환은 있었으나 수사를 지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해당 수사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6년이 지난 2019년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이던 정성호 의원은 "공식적인 지시가 없어도 수사팀은 상당한 외압을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막상 민주당이 집권하고 나니 유사한 사안에 대해 태도가 달라진다. 대장동 항소 금지 외압 논란이 불거진 2025년 정성호 현 법무부장관의 입에서 "검찰에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만 전달했다. 항소 포기를 직접 지시한 적 없다"는 말이 나왔다. 국회 일정으로 바빴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공직 이용 사전선거 준비 논란을 두고 "지시나 암시도 직권남용죄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대장동 개발비리 본류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민간업자 일당들에 면죄부를 안긴 꼴이 됐다. 소위 '대장동 몸통'의 실체는 차치하더라도 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범죄수익도 사실상 환수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도 '몰랐으니 책임이 없다'는 식의 주장에 면죄부를 쥐어 줄 것 같다는 강한 우려를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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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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