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길 해진공 사장 “해양수도 부산? 금융 신산업 없으면 안 돼”
입력 2025.11.15 07:00
수정 2025.11.15 07:00
정부, 해수부 부산 이전에 거는 기대
해양·해운 강국 위해 금융 뒷받침 필요
해진공, 해운거래소로 선박조각투자 등 계획
포모스 채권 성공 발행으로 실력 입증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고, 이를 통해 해양·해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해양 관련 금융 신산업 개발이 필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해양 수도, 해양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가장 정점에 서야 할 게 바로 ‘거래’”라며 “수많은 해양 거래가 일어나야 실제 경제 중심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해사법원도 좋고 북극항로 준비도 필요하지만 결국 운임 선도 거래, 친환경 연료 선점, 선박 거래 등 (중국) 상하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하는 해운 거래가 먼저 활발하기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안 사장 주장은 해진공이 주력 사업으로 추진 중인 해운거래소 설립과 맥이 닿는다. 해운거래소는 변동성이 큰 해운 산업이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금융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개념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위기 대응 능력 강화와 국제 경쟁력 확보, 민간 금융 활성화를 위해 해운거래소를 설립해야 한다는 게 해진공 설명이다.
해진공은 이를 통해 운임 변동성, 탈탄소 규제 등 해운 산업의 주요 문제에 대응하고, 민간이 해양자산에 투자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 반복되는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도 국내 화주와 항만·물류업계가 장기운송 계약 외에 이렇다 할 대응 수단이 없었다.
이에 해진공은 ‘파생상품거래’라는 금융적 수단을 이용할 기회를 만들고, 날로 강화되는 탄소 규제에 대응할 방안을 찾기 위해 해운거래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해진공이 해운거래소 설립으로 기대하는 바는 산업 경쟁력 확보와 함께 민간 금융 활성화다. 국내 해운거래소를 통해 운임, 선박 잔존가치, 친환경 연료,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거래 시장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자산 투자 기회를 늘릴 수도 있다. 자산의 디지털·토큰화 흐름에 맞춰 선박 조각투자 등도 가능하다. 더불어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과 연계, 탄소배출권 거래 등 탈탄소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장 조성도 기대한다.
선박조각투자는 해진공이 보유한 선박을 활용해 수익증권을 발행하면, 일반투자자 누구나 증권 계좌를 통해 청약을 진행하여 투자할 수 있는 구조다.
개인(민간)이 더욱 쉽게 선박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기업 대 기업 중심인 해운·조선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해진공은 지난 9월 유진투자증권과 업무협약을 통해 금융규제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를 공동 신청한 상태다.
안병길 사장은 “시범사업까지 잘 안착시켜 ‘국민 선주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다변화된 해양 금융자본 조달로 해양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 최근 주목을 끄는 해상풍력에도 금융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진공은 지난 9월 ‘해상풍력 인프라금융 지원체계 구축 협의체’를 출범시켜 주기적으로 공급-수요측 실무자들의 참여 기회를 만들고 있다.
안 사장은 “단순히 특수선박과 전용 항만 지원을 넘어, 그동안 해외 용선에 의존하던 특수선박을 국내 사업자가 직접 발주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국가 재생에너지 전환과 해양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진공이 해양금융 신산업 개척을 강조하는 데는 최근 발행한 펀드의 성공 사례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진공은 지난 3일 총 3억 달러 규모 포모사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한 바 있다. 포모사 채권 시장은 해외 기관이 대만에서 외화로 발행하는 국제 금융시장을 말한다.
이번 발행은 해진공의 3년 연속 포모사(대만) 시장 성공 진출 사례이자, 해당 시장 내 글로벌 및 한국물 채권 전체를 통틀어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된 기록적 사례다. 이번 채권 발행에는 약 24억 달러의 유효 수요가 몰리며, 8배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만 지역에 집중하는 포모사 채권 특성상 대만 투자자들의 안정적 수요에 더해 유럽, 중동, 아시아(대만 外) 지역 투자자들 역시 대거 참여함으로써 대한민국 해양산업 재건의 핵심 자금원인 해진공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병길 사장은 “이번 포모사 채권 발행은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미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공감이 반영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해진공은 글로벌 자금 시장에서 얻은 신뢰와 지원을 바탕으로 우리 해양물류 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선도해 갈 것”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