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광역울타리 단계적 철거…방역 유지·생태복원 병행
입력 2025.11.04 11:00
수정 2025.11.04 11:01
중수본, 설악산 등 생태가치 높은 구간 2026년부터 철거
실시간 감시체계 도입해 방역과 생태 균형 추진
한 한우농장에서 농장주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다. ⓒ뉴시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1월 4일 방역효과는 유지하면서 생태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광역울타리 관리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SF 차단 광역울타리는 2019년 9월 국내 첫 ASF 발생 이후 같은 해 11월부터 약 1630㎞가 설치돼 질병 확산을 막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6년 이상 유지되며 생태계 단절, 노후화로 인한 관리비용 증가, 주민 통행 불편 등 부작용 해소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 겨울에는 폭설로 먹이활동을 위해 저지대로 이동하던 멸종위기종 산양이 울타리 주변에서 집단 폐사하면서, 울타리가 산양 피해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의 지속적인 수색·포획과 농가 방역 강화로 ASF 확산세가 진정된 것도 관리방향 전환의 배경이다. 올해 10월 말 기준 야생멧돼지 ASF 검출 건수는 55건으로 전년(719건)의 7.6% 수준이며, 양돈농가 8대 방역시설 설치율은 99%에 달한다.
이번 관리방안은 한국환경연구원, 국립생태원 등 전문기관의 과학적 분석과 현장 검증, 전문가 자문을 통해 방역효과·생태적 가치·유지관리 효율성을 종합 평가해 마련됐다.
광역울타리 관리는 철거와 존치로 구분된다. 철거는 우선철거, 철거 확대, 중장기 철거 검토의 3단계로 추진한다.
1단계 우선철거 구간(136.6㎞)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설악산·소백산 국립공원 지역과 낙석방지벽·옹벽 등 울타리가 중복 설치된 구간으로, 2026년부터 철거가 시작된다. 철거 후에는 GPS 포획트랩, 경광등, 기피제, 무인센서카메라 등을 활용해 보완하고, 실시간 생태계 영향조사를 병행한다.
또한 지역 주민과 협의해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자재 중 상태가 양호한 자재는 농가나 농경지 주변의 야생동물 침입방지시설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2단계 철거 확대 구간(235.7㎞)은 생태계 연결성이 75% 이상으로 높고, 감염 멧돼지 통과 확률이 25% 이하인 법정 보호지역 중심으로 2027년 이후 철거한다.
3단계 중장기 철거 검토 구간(636.5㎞)은 방역 상황과 1·2단계 철거 결과를 종합해 철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양구와 울진 등 일부 지역은 생태적 가치는 높지만 철거 우선순위가 낮은 곳으로, 22개 지점을 부분 개방해 생태계 영향조사를 함께 진행한다.
한편 존치 구간(621.2㎞)은 양돈농가 밀집지역(10㎞ 이내)과 ASF 미발생 지역으로의 확산 차단이 필요한 충남·전남·경남권 지역이 해당된다.
존치 구간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업해 실시간 감시체계를 시범 도입한다. 카메라 영상을 통해 농가 주변에 야생멧돼지가 탐지되면 즉시 경고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겨울 폭설에 대비해 산양 등 멸종위기종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립공원 구간 내 부분 개방 지점(44곳)을 추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울타리 철거 과정에서 ASF가 비발생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권역별 철거 전문업체를 지정하고, 신발·차량 소독 등 방역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태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ASF 확산 차단 기능은 유지하면서 생태적으로 중요한 구간의 울타리는 단계적으로 철거해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AI 기술과 현장 중심 관리로 방역과 생태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ASF가 소강상태이지만 재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력해 양돈농장 방역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