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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못 믿겠다고 영장심사도 국민참여?…도 넘은 사법부 흔들기 멈춰야 [기자수첩-사회]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10.31 07:00
수정 2025.10.31 07:15

與, '국민참여 영장심사제' 발의로 사법부 압박 수위↑…여론 시선이 판결로

사법 판단 입법 제도로 견제하겠다는 뜻…판사 정치적 부담 주는 장치될 것

대법관 증원·헌법소원 등 사법부 압박 장치들과 맞물려…자율적 판단 제약

판사 못 믿겠다면 통제 아닌 책임 강화해야…법정, 감정으로 굴러가선 안돼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판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최근 발의한 '국민참여 영장심사' 특별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전국 지방법원마다 '구속영장 심사위원'을 두고 시민 2명이 판사와 함께 영장 심사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하지만 국민참여재판과 마찬가지로 판사 판단에 현실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장 발부나 기각이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오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론의 시선이 판결에 닿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지난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법원과 판검사들이 여전하다면 결국 법을 통해 개혁할 수밖에 없다"며 "지귀연 판사에 이어 (수원지법이 전임 근무지였던) '수원 브라더스 3인방'이라고 불리는 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 3명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취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법 절차 확립이지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법부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 숨어 있다. 결국 사법부 판단을 입법부가 제도적으로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판사들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는 장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장실질심사는 법관이 피의자의 인권과 수사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자리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사유를 꼼꼼히 따져 구속의 필요성을 판단한다. 이 절차는 고도의 법률 전문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여기에 비전문가가 개입해 의견을 내면 절차의 본질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론이 법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판단은 객관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가 될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이 제도가 사법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사법을 정치화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법안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다른 사법 관련 입법들과 맞닿아 있다. 대법관 증원, 대법원 판결의 헌법소원 허용, 법원행정처 폐지 등 일련의 흐름이 모두 사법부 권한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결국 사법부의 자율적 판단권을 제도적으로 제약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통제가 아니라 자율 속에서의 책임 강화다. 판사를 믿지 못하겠다면 제도를 손보는 것이 아니라 인사 시스템과 내부 감시 장치를 투명하게 만드는 게 먼저다. 법원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해서 재판 절차에 일반인을 끌어들이는 것은 방향이 잘못됐다. 사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는 구조를 만들면 법치는 결국 흔들린다. 법정은 감정이 아니라 냉정으로 굴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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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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