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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의 그늘 속, 상영관 편중 뚫고 선 독립영화의 힘[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0.29 14:02
수정 2025.10.29 14:02

올해, 한국영화가 천만 관객 영화를 한 편도 배출하지 못했다. 1월부터 10월 28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8443만9369명으로, 전년과 전전년 같은 기간 9000만 명을 넘었던 흐름과 비교하면 뚜렷한 감소세다.


‘좀비딸’(563만 명)이 올해 최고 흥행작이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관객 회복세는 정체돼 있다. 물론 이는 상업영화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 진단이다. 스크린의 가장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영화의 침체’와 ‘위기론’이 상수처럼 따라붙는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감수성과 미세한 정서를 담은 독립예술영화들이 꾸준히 선전하고 있다.


‘여름이 지나가면’, ‘3670’, ‘3학년 2학기’, ‘수연의 선율’, ‘사랑과 고기’, ‘세계의 주인’까지 모두 올해 개봉한 작품들이다. 규모는 작지만 완성도와 주제 의식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한국영화의 저력이 독립예술영화에서 드러나고 있다. 관객의 관심을 받을 만한 작품들이 상영 기회의 제약 속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을 뿐, 새로운 시도와 감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금 필요한 것은 ‘미래가 없다’는 자조가 아니라, 이러한 영화들이 스크린에 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670’은 71개의 스크린에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탔고, 개봉 두 달 2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람과 고기’는 관객의 자발적 반응으로 상영관이 오히려 늘어난 사례다. 개봉 2주 차 60개 상영관에서 시작해 3주 차에는 73개로 확대됐다. 관객의 반응이 상영 회차를 바꾸는 풍경을 연출하면서 2만 관객을 돌파했다.


윤가은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 22일 개봉한 ‘세계의 주인’은 평단과 관객이 올해의 영화로 꼽을 만큼 완성도 면에서 압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호평 속 350여 개 스크린을 유지하며 5일 만에 누적 관객 3만 명을 기록 중이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예술·독립영화계에서는 상징적인 기록이다.


반면 상업영화와의 스크린 격차는 여전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 레제편’이 현재 773개, ‘8번 출구’는 663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두 작품 모두 블록버스터나 대형 기대작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이 정도 스크린 수가 배정된다는 점만으로도 시장의 편중된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블록버스터 개봉기에는 1000~1500개 이상 스크린이 한 작품에 집중된다. 독립영화 대부분이 수십 개, 많아야 100개 내외의 상영관에 머무는 현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멀티플렉스들은 상영작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익성 중심 편성이 고착화되며 독립예술영화의 스크린 접근성은 더욱 낮아졌다. 팬데믹 이후 극장들이 부족한 라인업을 자체 배급작으로 채우는 동안, 작은 영화들의 진입로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한 독립영화 관계자는 “한국영화의 위기는 창작력 부재가 아니라, 좋은 영화가 관객에게 닿지 못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며 “극장이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결국 산업의 기반 자체가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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