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측 “정명석 변론, 욕만 먹고...”
입력 2009.05.0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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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법무법인 한서의 고모 국장 "특별한 계기 없어"
"집권당 대표였던 사람이..." 비난에 "사과할 사안은 아니다"
정씨는 2001~2006년 사이 젊은 여성 신도 5명을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로 불러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2심은 “정씨가 종교지도자라는 점을 내세워 잘못을 저지르고도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높인다”며 1심 형량보다 4년이 높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사법부의 최종 심판을 받은 정씨는 이제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게 됐다. 그런데 이 사건 말미에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노무현 정부에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 전 의원이 정명석 씨의 호화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신기남 전 의원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한서’는 이 사건을 수임, 신 전 의원과 이종기 변호사가 정씨의 담당변호사로 선임됐으며, 이들은 4월 17일 법원에 기일변경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때 집권당의 대표였던 사람이 돈에 눈이 멀어 정씨 같은 파렴치범의 변호인으로 나섰다’며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한 인권변호사는 “일단 법이론상으로 보면 변호사는 살인자도 매국노도 변호할 수 있고, 또 그들 역시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적어도 신기남 씨처럼 그런 지위에 있던 사람들은 사건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쉽게 생각하면 연쇄살인마 강호순 변호를 맡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나한테 맡으라면 안 맡는다”며 “국민적 지탄을 받는 범죄자나 친일파를 변론하는 셈인데 단순한 변호사라면 모르겠지만, 정치인이고 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으로서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기남 전 의원의 입장을 직접 듣고 싶어 지난달 29일 법무법인 한서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신 전 의원 취재는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법무법인 한서 고 아무개 국장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신 전 의원 측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고 국장은 신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정명석 씨 변호를 왜 맡게 됐나?
“계기는 없었다. 이종기 변호사라고 오신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이 분이 사건을 수임했다. 의원님(그는 신 전 의원을 의원님이라고 호칭했다)은 전혀 관여한 바 없다. 의원님이 대표변호사니까 변호인으로 같이 올라간 거다.”
-사건을 수임할 때 내부 회의를 안 거치나?
“법무법인 운영 방식이 여러 가진데 월급을 주고 변호사를 고용해서 몇 대 몇으로 나누는 경우가 있고, 우리처럼 별산제가 있다. 별산제는 변호사 각자 본인 사건을 알아서 수임해 와서 사무실 공통비용(사무실 임차료·직원 월급·운영비 등)과 분담금만 내면 나머지는 본인이 갖는다.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돈을 몇억을 벌든 몇십억을 벌든 우리는 분담금 외에 단 한 푼도 가지지 않는다. 사안에 따라서 회의를 하기도 하는데 이번 건은 액수가 큰 것도 아니고 굉장히 중요한 사건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명석 사건 수임료가 얼마인가?
“수임료가 얼마인지도 모른다.”
-신 전 의원은 언제 알았나?
“사건 수임하고 바로 확정판결 나버렸다. 사후에 인지를 하셨다.”
-어떤 반응이었나?
“꺼림칙해 하셨다. 그렇다고 직업자체가 변호사인데 ‘야 너 이거 하지마라’ 할 수 없다. 변호사는 살인자도 변호해야 한다.”
-신 전 의원이 정씨 변호인을 맡았다는데 다수의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
“욕만 먹고 정말 억울하다. 미치겠다.”
-신 전 의원이 정치인이고 앞으로 정치를 계속 할 거라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지 않나?
“정무적 판단을 못했다면 수긍하겠다. 그런 면에서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본인의 정치적 미래만 생각해서 사건을 컨트롤 하는 것 자체가 비겁한 거다. ‘야 너 이거 하고 저거 하지마라’ 하면서 변호사들의 밥줄을 제한하는 게, 그게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훨씬 비겁한 거다.”
-사과할 생각은 없나?
“이게 무슨 사과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강호순에게도 요청이 온다면 변호를 맡을 건가?
“의뢰가 온다면 변호사가 직업인 이상 맡아야 한다. 어떻게 변호를 하느냐는 문제이긴 한데 범죄자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물론 의원님이 맡겠다는 게 아니라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변호사라면 가져야 되는 직업정신이다. 이를 회피한다면 변호사 자질이 없는 거다.”
고 국장은 인터뷰를 끝내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원님은 정말로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항의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오해를 풀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것 아니냐”고 한숨을 토해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