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공 방정식은 끝났다"…위기의 K-제조업, 생존 위한 '대전환' 요구 [2025 산업비전포럼-이모저모1]
입력 2025.09.24 12:03
수정 2025.09.24 13:52
데일리안, K-제조업 붕괴론 주제로 2025 산업비전포럼 개최
각계 인사들 포럼 찾아 관심…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축사
中 추격, 美 보호주의에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 샌드위치 위기
커지는 제조업 위기론 해결 방안 모색 "실질적 전환점 필요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K-제조업 붕괴론과 산업 코리아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데일리안 2025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이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이 2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K-제조업 붕괴론과 산업 코리아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2025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뤄온 제조업의 위기론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변화에 맞춰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포럼에서는 ‘K-제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생존 전략을 모색하려는 각계 인사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 정계 인사들을 비롯해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행사장을 가득 메우며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에 귀를 기울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K-제조업 붕괴론과 산업 코리아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열린 데일리안 2025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날 축사를 맡은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제조업은 대한민국을 세계사에 유례 없는 고도 성장으로 이끈 핵심 축”이었다며 “수십년간 쌓아온 제조업의 경쟁력이 단기간에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당 차원에서도 기업 활력을 되살릴 정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조 발표를 하고 있는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날 포럼의 포문을 연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조 발표에서 한국 제조업이 ‘붕괴 위기’에 빠졌다며 ▲산업 구조 전환 지연 ▲기술 경쟁력 약화와 생산성 저하 ▲친환경 ▲디지털 AI 중심 스마트 제조 전환 지체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자유민주주주의 시장경제를 능가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더 나올 수 없다”며 “법의 지배와 재산권 보호가 없으면 권력자와 부유한 자만 재산권 행사가 가능한 동물농장이 된다”며 현 이재명 정부에 개혁을 당부했다.
사례 발표를 하고 있는 김용진 단국대 교수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석유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첫 번째 사례 발표를 맡은 김용진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교수는 석유화학을 ‘산업의 쌀’에 비유하며 과거의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과 달리 지금의 위기는 ▲주요 수출국에서 경쟁국으로 변한 중국 ▲정유사 및 미국 셰일가스 기반 기업들의 시장 진입 ▲2030년까지 40%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강력한 환경 규제 등 산업 자체의 본질을 흔드는 내부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양적 성장에 기댄 산업의 쌀이 아니라 양은 적어도 없으면 안 되는 ‘산업의 비타민’으로 업의 본질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산업과 환경 부처가 경쟁 대신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고, 과거처럼 다른 산업에 얹혀가는 R&D가 아닌 철강 산업처럼 석유화학 자체의 국가적인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례 발표를 하고 있는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두 번째 사례 발표자로 나선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올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50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한국 반도체는 가장 저렴한 원가로 제조할 수 있었기에 미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를 안보 자산으로 규정한 이후, 각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으로 비용 차이를 메워주며 직접 제조에 뛰어들면서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시장의 논리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안 전무는 외부 환경 변화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 용수 등 인프라 공급 지연과 각종 민원으로 공장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는 제품 출시 지연으로 이어져 이익률을 떨어뜨리고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깨뜨리는 ‘투자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례 발표를 하고 있는 김주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세 번째 사례 발표를 맡은 김주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최근 보고서를 인용하며 자동차 업계가 전례 없는 혼란을 겪는 ‘자동차 전쟁’ 시대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김 전무는 “중국이 내연기관의 높은 기술 장벽을 피해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전기차로 전환하며 세계 1위 수출국으로 급부상했다”며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국내에서는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는 등 대내외적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미래차 경쟁력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수소차 분야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전기차는 중국이 자율주행은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며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데이터 확보에서 바이두가 2억5000만km를 축적한 반면 국내 스타트업은 69만km에 불과해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노후차 교체 세제 지원 등 내수 진작책과 일본과 같은 과감한 국내 생산 세제 지원, 그리고 부품 업계의 미래차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례 발표를 하고 있는 염경아 신영증권 연구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마지막 연사로 나선 염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 업계의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그는 “건조량(톤수) 기준으로는 중국이 15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최근 신규 수주 점유율 70%라는 압도적 기록을 세웠다”며 “이는 거대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저가 물량 공세와 ‘해양 강국’ 건설을 위한 군함 건조를 병행하는 이중 전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염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의 생존 전략으로 ‘초격차 기술’과 ‘신시장 개척’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수주 잔고의 80%가 친환경 선박일 정도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중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미국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MRO)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국내 조선업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 분야 별로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논의된 만큼 토론에서도 뜨거운 의견이 이어졌다.
주제 토론을 하고 있는 이덕환 서강대 교수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토론에서 패널로 참여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관료 등 문과 출신이 주도하는 사회가 제조업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더럽고 위험한 일’을 피하려는 패배주의적 인식이 탈원전과 같은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