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美 후속 협상서 우호적 수익 배분·비자 개선 등 '패키지 딜' 해야"
입력 2025.09.22 17:44
수정 2025.09.22 17:52
대한상의·한미협회, '한·미 산업협력 윈-윈 전략 세미나'서
김주홍 "산업공동화 우려…국내 생산 기반 유지·확대 지원해야"
최종서 "'마더 팩토리' 전략 통해 K-배터리 본원적 경쟁력 유지"
안기현 "공동연구개발·인재교류·비자 등에서 협력할 필요"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대미 투자의 대가로 우호적 투자수익 배분, 전문직 비자 및 고용 안정화, 대미투자 세액공제 보장, 방위비 분담률 동결 등 통상·외교·안보 현안을 포괄하는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22일 오후 대한상의에서 개최한 '관세협상 이후 한·미 산업협력 윈-윈 전략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내 경제주권 수호를 위한 정치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최소 2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 후속 협상 결과가 방향타가 될 것이므로, 통상·외교·안보 현안을 포괄하는 '패키지 딜' 전략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미투자 확대 따른 산업공동화 우려에
"유턴기업 지원·마더팩토리 전략 필요"
대미투자 확대에 따른 산업공동화 우려에 '유턴기업 지원 강화'와 '마더팩토리 전략'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혜민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발제 발표를 통해 "관세 회피만을 목적으로 중소기업들이 미국에 투자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도 상호관세 부과 대상임을 감안하여 국내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토론에서 "주요국들의 자국 보호주의 확대로 해외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산업공동화가 우려된다"며 "국가전략기술 활용 제품에 대한 국내생산촉진세제 신설을 통해 국내 생산 기반 유지·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홍 전무는 "인하된 15% 자동차·부품 관세율이 조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이 차질없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현지 생산시설에 필요한 기자재 등의 수출에 관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 현대차-GM 협력과 같은 양국 기업간 강점을 활용한 협력 사례 확대와 목표 달성을 위한 세액공제 확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무도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전략을 통해 K- 배터리의 본원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첨단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세액공제 도입 ▲기술 초격차 유지를 위한 R&D 투자 확대 ▲대미 투자 공장 건설 기자재 및 생산 원재료에 대한 관세 면제·인하 등 정부의 전략적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고용 안정화·전문인력 조달 애로 해소 위해
'E-4비자 신설' 등 미국에 적극 제안 필요해"
고용 안정화와 전문인력 조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비자 제도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장 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일본은 30여년간 축적된 대미투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한국은 달라야 한다"며 "최소 수익률을 명문화하되, 현지 고용 및 부품조달 등 일정 성과를 달성하면 추가 수익률을 보장받는 수익배분 구조를 검토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고용 1000명당 추가 2% 수익률을 자동 보장하는 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전체 투자액의 5~10%를 R&D 전용으로 지정해 미국 에너지부(DOE),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프로그램과 협력하고, 이로부터 발생된 지적재산권을 한·미 양국이 공동 소유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허정 교수는 "비자 발급 제약으로 인한 전문인력 조달 애로 해소가 절실하다"며 "현지 생산시설의 효율적 운영과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관리자, 엔지니어 등을 파견해야 하는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쿼터 제한이 있는 H-1B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 고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첨식으로 발급되는 H-1B 비자의 경쟁률은 대략 5.5 대 1 수준으로, 한국인 발급은 평균 2000여명 정도다. 중소기업은 L-1(주재원 비자) 혹은 E-2(투자 비자) 발급은 쉽지 않기에 H-1B 발급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L-1은 미국 지사 연매출이 2500만불 이상이거나 직원이 1000명 이상인 경우 신청 가능하고, E-2는 미국내 법인을 설립하여 상당한 금액을 투자할 때 신청이 가능해 사실상 중소기업에 장벽이 높다.
허 교수는 ▲H-1B 비자 우선할당 추진 ▲호주와 같이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L-1, H-1B 등 미국 비자에 대한 신속한 심사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투자 협력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자 제도의 불확실성은 우리 기업에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미국의 비자제도는 자국 내 배터리 산업 생태계의 불안정성으로 핵심 기술 미 생산 수율 확보 등을 위해 한국의 전문 기술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을 미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의 전략적 투자와 미국의 이민 정책이 충돌하지 않도록 미국에 균형 있는 법·제도 마련 및 집행 요구가 필요하다"며 "양국 간 비자 협의체의 조속한 개설과 한국 전용 취업비자 신설 등을 통해 비자 문제가 미래지향적 한미 파트너십 구축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내 한국인의 파견과 고용 없이는 반도체 투자 및 운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미국도 원하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투자가 지연됨으로 인해 상당한 계획 차질이 발생하여 미국 투자유치의 목적달성이 어려울 수 있을 뿐더러, 경쟁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안기현 전무는 "최근의 한국인력 구금사건이 미국인력 고용 압박을 위한 조치라는 보도도 나오는데, 단기간에 숙련된 현지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대체도 불가하다는 점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며 "공동연구개발, 차세대 기술 로드맵 작성, 인재 교류, 비자 등에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혜민 한국외대 초빙교수(前 한미 FTA 기획단장),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산업 협회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