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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24년 차 배우 임수정이 다시 찾은 ‘재미’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8.31 14:20
수정 2025.09.03 11:07

“재미 느낄 수 있는 작품 만나는 건 큰 행운…양정숙처럼 욕심 생겼다.”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 공개 이후, 배우 임수정에게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 연기를 제대로 소화한 임수정 또한 전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며 만족했다. 즐겁게 연기한 캐릭터를, 시청자들도 흥미롭게 봐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 새로운 캐릭터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임수정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은 디즈니플러스 ‘파인’에서, 임수정은 천 회장(장광 분)의 부인 양정숙 역을 맡아 욕망 가득한 얼굴을 꺼내 보였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다수의 캐릭터가 악역인 ‘파인’에서도, 뒤지지 않는 욕심과 무자비함으로 존재감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제대로 된 악역은 처음”이라고 말한 임수정에게도 양정숙은 ‘도전’이었지만, 자신만의 악역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심했다.


“원작은 원작대로 재밌지만, 감독님의 각색 버전도 너무 재밌었다. 원작 속의 양정숙은 더 악독하고, 더 무시무시한 면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틈이 하나도 없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봤다. ‘감독님이 해석하신 양정숙은 어떤 인물이냐’라고. 그랬더니 기존에 내가 했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거친 남자들 앞에서도 기세가 밀리지 않고, 현란하고 논리적인 언변으로 그들을 휘어잡는 포스를 원한다고 하시더라. 그럼 내가 한 번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의 설명처럼, 악랄한 원작의 양정숙이 임수정을 만나 입체적인 빌런으로 변주됐다. 천 회장은 물론,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모인 여러 빌런들도 들었다 놓는 화려한 언변, 그리고 희동(양세종 분)을 향한 묘한 감정 등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양정숙의 여러 면들을 포착해 내며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아무래도 너무 튼튼한 원작이 있다 보니까 그 원작의 팬들의 기대도 컸다. 그분들이 상상하신 캐릭터가 있었을 것이다. 그분들도 만족시켜드리고 싶은 마음과 또 나라는 배우가 했을 때만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었다. 다만 흔히 상상하는 ‘센 여성’ 캐릭터가 있지 않나.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원하시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마음 가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끄집어내서 표현을 해보려고 했다. 감독님도 좋아해 주셨다. 양정숙의 대사는 정말 하나도 건드릴 것이 없었다. 양정숙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대사들이 많았다. 그녀의 신념, 사랑관, 욕망, 감정,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대사에 다 들어있었다.”


존재감은 컸지만, 여러 캐릭터들이 함께 활약하는 작품의 특성상 분량이 충분히 주어지진 않았다. 양정숙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노력도 필요했다. 첫 악역을 맡아 그 과정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즐겁고, 만족스러운 작업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느낀 즐거움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된 것 같아 더 좋았다.


“양정숙이 중심 서사를 끌어가는 인물은 아니었다. 관석, 희동 중심에 좀 다른 결을 부여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한 장면을 찍을 때 정말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것을 끌어올렸다. 소리 지르고 난 뒤 어지러워서 앉아있기도 했다. 전반적으론 재밌었다. 그동안 했던 역할과도 달랐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재밌어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그래야 캐릭터가 배우와 동떨어져 보이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는 걸 깨달았다.”


관석 역의 류승룡, 희동 역의 양세종을 비롯해 장광, 김성오, 김종수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느낀 재미도 있었다. 그들의 연기를 보며 감탄하고, 또 자극받기도 하면서 전에는 몰랐던 연기의 재미도 느꼈다. 시청자들의 호평에 대해 임수정은 “선후배들과 함께 연기를 해 내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저는 서울 팀이고, 목포 팀과는 직접 만나서 연기하는 시간이 많진 않았지만, 늘 소식은 들었다. 감독님도 이야기를 해주시고, 편집본을 보기도 했었다. 목포 팀에서 촬영된 것이 너무 재밌게 나왔더라. 연기 호흡들도 대사와 애드리브를 넘나들며 실존 인물들처럼 잘 맞았더라. 정말 속고 속이는 인물 그 자체가 돼 연기를 하고 계셨다.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로맨틱 코미디부터 시대극, 장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임수정이지만, ‘파인’을 통해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것에 감사했다. 안 해본 캐릭터가 없을 것 같은 임수정이지만, 그 또한 늘 좋은 작품에서, 전과는 다른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고민을 거듭 중이다. 이렇듯 멈추지 않는 도전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한 뼘 더 확장한 임수정이 또 어떤 활동으로 즐거움을 선사할지, 대중들에게도 신뢰감을 주고 있다.


“20대 땐 정말 연기가 너무 재밌고, 제 모든 삶이 배우로만 가득했다. 그런데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온도가 미지근해지는 거다. 그때는 일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내 개인의 삶과도 균형을 맞춰야겠어서 일에 몰입하는 생활과는 거리감을 두고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다시 활발하게 해 볼까 했던 게 2019년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였다. 여자들끼리 일하면서 싸우고, 경쟁하고, 사랑하는 내용인데, 너무 재밌는 거다. 다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도 배우에겐 큰 행운인 것 같다. 양정숙처럼 욕심이 생겼다. 쉴 틈 없이 달려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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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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