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성공, 상용화는 아직…4조원 양식 시장 현주소 [위기의 뱀장어②]
입력 2025.08.07 06:00
수정 2025.08.11 17:07
2016년 세계 두 번째 인공부화 성공
이후 10년 동안 상업적 성공은 아직
양식용 치어 80% 수입에 의존
실뱀장어 생태환경 파악이 관건
국립수산과학원 양식기술 연구용 뱀장어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세계 시장 4조원 규모 실뱀장어(민물장어 치어) 양식이 기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이 뱀장어를 ‘멸종위기종’으로 등록해 국가 간 거래를 제한하려 하면서 치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양식 업계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6일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EU는 지난 6월 뱀장어 전체 종에 대해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 Ⅱ에 등재할 것을 제안했다. 이르면 오는 11월 열리는 CITES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뱀장어는 국내 내수면 양식업 대표 수산물이다. 지난해 기준 뱀장어 양식 생산액은 5140억원으로 전체 내수면 어업의 약 74%를 차지한다.
내수면 어업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뱀장어 양식은 치어인 실뱀장어 수급이 항상 관건이다. 전남 목포 등 일부 지역에서 자연산 실뱀장어를 잡고는 있으나 80%는 수입이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뱀장어 국제 거래가 제한되면 양식 업계가 입을 피해는 불 보듯 훤하다.
양식용 실뱀장어 한 마리 가격은 매년 가격 편차가 크다. 쌀 때는 마리당 700~800원 정도에 거래되다가 비싼 해에는 5000원을 넘기도 한다. 실뱀장어는 실뱀장어안강망어업허가를 받은 어민만이 허가된 구역에서만 잡을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보니 곳곳에서 불법 포획이 성행한다.
불법으로 실뱀장어를 잡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정도로 처벌 수위가 높다. 그럼에도 비싼 가격 탓에 불법 포획이 해마다 반복된다.
실뱀장어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인공부화(양식)가 안 되기 때문이다. 2016년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최용석, 이하 수과원)에서 양식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지금까지 대량 생산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수정에 성공해 자라고 있는 실뱀장어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1960년대부터 연구한 일본도 상업적 성공은 아직
실뱀장어 양식은 1960년대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 온 일본조차 아직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2010년 인공부화에 성공했지만, 현재까지 상업적 양식에 다다르지 못했다.
국내 최초로 실뱀장어 양식(인공부화)에 성공한 수과원은 당시 수정란으로부터 부화한 실뱀장어를 어미로 키워 다시 수정란을 생산했다. 2008년 연구를 시작해 2012년에 산란어미에서 1세대 자어(子魚)를 생산했고, 2016년 1세대 자어에서 2세대 손자어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실뱀장어 양식은 여기까지였다. 이후로 상업화 성공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실뱀장어 양식이 어려운 이유는 자라온 환경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뱀장어 생태에 관해 알려진 내용은 별로 없다.
뱀장어 생태는 일본 도쿄대 해양연구소와 수산종합연구센터가 2009년 세계 최초로 뱀장어 알을 채취하는 데 성공하면서 비밀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일본 연구진은 태평양 괌 인근에 있는 마리아나제도 앞 수심 3000m 이상 바닷속에서 뱀장어의 알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연구진은 마리아나해구에서 부화한 뱀장어 치어가 해류를 따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로 흘러가고, 강과 하천에서 성장한 뒤 다시 마리아나해구에서 알을 낳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마리아나해구에서 부화하는 개체다 보니 치어(실뱀장어) 시절 어떤 영양분을 섭취하고, 어떤 자극을 받으며 자라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일본과 한국 모두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나 아직도 비밀의 열쇠는 풀어내지 못한 상태다.
이정용 수과원 양식산업연구부장은 “향후 실뱀장어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해 현재 수입 물량을 직접 생산하게 되면 약 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며 “나아가 뱀장어 주요 소비국인 중국과 일본 등에 수출해 4조원 규모의 세계 실뱀장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에 싸인 심해 속 비밀 ‘우보천리’로 푸는 수과원 [위기의 뱀장어③]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