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활성화, 웃는 사람만 있을까 [기자수첩-증권]
입력 2025.07.10 07:02
수정 2025.07.10 07:02
증시 활성화 정책에 투자자 관심↑
공정·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중요해져
체질 개선만큼 현상 대응도 중요
피부에 와 닿는 신속한 본보기 기대
ⓒ데일리안
"제가 직접 후속 매매 전략을 안내해 드릴 예정입니다. 임의로 운영하지 마시고 제 지시 꼭 기다려주세요."
텔레그램 채팅창에서 '교수님'으로 불리는 남성이 수십 명에게 지시를 하달했다. 프로필상 멀끔한 정장 차림의 남성 이름을 살펴보니 '윤XX'. 설마 했는데 대형 증권사 대표 이름과 얼굴을 도용하고 있었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교수님 추천 종목은 매수합니다"라며 호응했다. 투자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바람잡이인지 평범한 투자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께름칙한 기분으로 채팅방을 지우는데 낯선 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방금 그룹방에 들어와서 지켜보고 있는데, 추천 종목 따라해보신 적 있나요? 수익은 괜찮은 편인가요?"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목표로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연이어 쏟아낼 작정이다. 상법개정으로 첫발을 성큼 내디딘 만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추가하며 도움닫기에 나설 모양이다.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까지 옥좼으니 주가가 '오르겠다' 싶으면 돈은 몰릴 수밖에 없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누군가는 랠리에 올라타 '증시 서핑'을 만끽하겠지만, 누군가는 변동성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지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을 강조해 왔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등을 거듭 주문한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9일 관련 후속조치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공개했다. 한국거래소 권한 강화를 통한 감시체계 개편,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시장감시시스템 고도화 등 중후장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스템을 손보는 '체질 개선'도 중요하겠으나,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등을 무대로 만연한 '현상 대응' 역시 소홀해선 안 된다. 텔레그램 채팅방 사례가 보여주듯 피해는 지금 이 순간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금융당국은 "주식 커뮤니티·유튜브 방송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관련자 계좌 거래내역 등을 신속히 분석하겠다"고 했다. 필요한 조치지만 투입 인력이나 추진 방안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피부에 와닿는 사례일수록, 본보기가 빠를수록 정책 신뢰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