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가니 노란봉투법이…경제계, 곳곳 지뢰밭에 우려
입력 2025.07.09 13:36
수정 2025.07.09 13:36
민주당, 이달 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처리 예고
기존 법안보다 사용자·근로자 범위 확대 내용 담아
경제계, 무분별한 파업 확대 우려하며 내용 보완 요구
"李대통령 대선 공약 이유만으로 강행? 옳지 않다"
2024년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경제6단체 및 경제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을 반대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생·개혁 입법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추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노동자 보호' 명목으로 추진되는 것이지만, 경제계에서는 무분별한 파업 확대 등을 우려하며 내용 보완 등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을 재추진한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은 총 5건이다. 이 중 이용우(민주당)·신장식(조국혁신당)·정혜경(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공동발의한 법안은 기존 노란봉투법보다 훨씬 수위가 높다.
근로자의 범위를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도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그동안 노조를 성립하기 어려웠던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해고자 등도 노조를 조직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범위 확대' 조항도 더 구체화됐다. 기존 노란봉투법에선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봤다. 여기에 더해 범여권 발의안은 '명칭에 관계없이 원사업주가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업주에 맡기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해당 업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경우'를 담았다.
해당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주들과도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더욱 명확해진다.
노동계는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입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대규모 하계투쟁을 준비 중인 노동계가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건, 민주당의 입법 강행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주요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는 대로 입법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6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의 면담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제계의 입장은 다르다. 대기업의 경우 수백 곳이 넘는 하청 업체 노조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하청 구조가 복잡한 조선, 철강, 건설, 자동차 등의 업종은 장기간 원·하청 교섭에 시달릴 수 있다.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손실 등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
가뜩이나 지난주 통과된 상법 개정안으로 환경이 척박해졌다고 느끼는 경제계는 여당의 노란봉투법 입법 움직임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최근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내용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많게는 수천 개의 협력사를 둔 대기업은 1년 내내 교섭만 할 수 있다"며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이 최근 발표한 '새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정책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노란봉투법(28.2%)은 근로시간 단축(31.1%)에 이어 기업 경쟁력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으로 지목됐다.
한경협이 지난해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0%('약간 부정적' 49%·'매우 부정적' 6%)가 노란봉투법이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사용자 개념 확대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59%)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답변(17%)을 크게 앞서기도 했다. 사용자 개념 확대가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도급계약 부담 증가로 노동시장 효율성 저하(27.3%)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파업 증가(25.3%) ▲원·하청노조 간 갈등 야기(22.1%)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다른 경제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강행하는 건 옳지 않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