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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순수한 사랑, 뮤지컬 ‘팬텀’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08 04:44
수정 2025.07.08 04:44

8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에릭(팬텀) 역에 박효신·카이·전동석

ⓒEMK뮤지컬컴퍼니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구현한 3층 구조의 무대, 수시로 바뀌는 화려한 의상, 발레리나·발레리노와 앙상블 배우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군무,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오페라의 향연 그리고 무대 위에 매달린 거대한 샹들리에까지. 뮤지컬 ‘팬텀’은 잘 차려진 ‘무대예술의 뷔페’와도 같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2015년 국내 무대에 처음 올려진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그랜드 피날레’ 시즌으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원작과 달리 ‘팬텀’은 에릭(팬텀)의 비극적 서사에 집중한다. 팬텀이 왜 오페라 극장 지하 세계에 살게 됐는지, 왜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됐는지 등 그의 고독과 슬픔이 인간적으로, 또 밀도 높게 무대 위에 그려진다.


에릭은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얼굴을 가졌다는 이유로 ‘괴물’처럼 여겨지고 극장 지하에서 숨어 살아가게 된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오직 음악만이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탈출구였다. 그에게 오페라 극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그의 존재가 유일하게 허락되는 신성한 영역이자, 동시에 그를 가두는 비극적인 감옥처럼 비춰진다. 이런 배경 탓이 에릭은 작품 속에서 한없이 외롭고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으로 조명된다.


작품은 에릭이라는 인물을 통해 편견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동시에 크리스틴과의 관계를 통해 그가 경험하는 짧고도 강렬한 순수한 사랑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이번 10주년 공연에서도 역시 팬텀 역에 배우들이 캐릭터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관객들을 에릭의 고통스러운 심연으로 이끌었다. 특히 초연과 재연에 참여했던 박효신이 다시 팬텀으로 돌아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박효신은 특유의 압도적인 보이스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고통받는 에릭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이어지는 에릭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연기하면서 인간적 연민을 가장 크게 불러일으키는 배우다.


에릭의 내면에 집중한 서사뿐만 아니라 ‘팬텀’의 가장 큰 미덕은 음악과 발레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작곡가 모리 예스톤의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한 음악은 에릭의 감정선을 따라 흐르며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애절하게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사운드는 라이브 무대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에릭의 과거와 내면을 발레로 풀어낸 장면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서사적인 깊이를 더하면서 ‘팬텀’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확립하는 요소다. 팬텀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 어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그의 예술적 재능의 발현 등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선들이 무용수들의 우아하고도 힘 있는 몸짓을 통해 전달된다.


에릭(팬텀) 역은 박효신과 카이, 전동석이 나눠연기하고 크리스틴 다에 역은 이지혜·송은혜·장혜린이 연기한다. '팬텀'은 8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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