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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문성근 ´악역´ 날 것의 도전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입력 2009.03.23 10:15
수정
영화 <실종>에서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연기를 선 보인 배우 문성근.

영화 <실종>의 개봉 첫 날 만난 문성근의 모습은 설레임 혹은 걱정보다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작품의 홍보 일정에 따른 스케줄인 방송 출연에 이어 릴레이로 진행되는 인터뷰를 모두 소화하고 있는 탓이다. 기자의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놓치지 않은 그는 "좀 지쳤지만 절대 대충 답하지 않을테니 걱정말고 편안히 대화하자"는 배려 깊은 인사로 첫 말문을 열었다.

<추격자>를 이을 스릴러 장르 영화로 꽤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실종>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문성근의 마음은 의외로 담담했다. ´예상만큼 나왔다´는 정도의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 물론 자신의 작품 속 연기에 대해서는 다른 배우들과 다르지 않은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언제나 늘 흡족하지 못한 게 병이다. 늘 아쉬운 것만 남는다. 단, 감독과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 완성시켜서인지 결과물이 기대와 큰 차이를 내진 않았다. 공포물은 일단 무서워야 한다. 내가 악인을 연기할 경우 상대배우도 실제 공포를 느껴야 맞다. <실종> 경우 찍는 내내 여배우들이 실제 무서움을 느꼈기에 공포감 부분에서는 모자라지 않다는 안심을 이미 했고, 편집 부분에 있어서 감독의 탁월한 능력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또한 걱정한 바가 없다. 그저 내가 좀 더 섬뜩하게 연기를 해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개인적인 미련을 갖고 있을 뿐이다."

문성근은 <실종> 언론시사회 당시 무대 인사는 물론 기자간담회에서도 ´목마른 사람들끼리 사고 한 번 쳐 볼 작정으로 만든 영화´라는 작품 소개를 거듭했다. 당시 그의 목마름의 표현은 관심을 부탁하는 단순한 인사 정도의 의미가 아니었다. 실제 정치 활동을 마무리 한 후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그는 산을 다니며 오랜 칩거 생활을 해왔다. 그 긴 시간을 거쳐 그간 피하지 못한 스스로의 압박감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쌓인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덤벼든 것이 바로 영화 <실종>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사회적인 책임감이 생겼고, 이후 ´뭐든지 정말 잘 해야겠다´는 욕심은 마냥 커져갔다. 당연히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칩거 생활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처음 갖게 됐고, 그 때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어야 일을 더 잘해낼 수 있는 건데, 너무 앞만 보고 질주했구나´란 뒤늦은 후회들을 하기 시작했다. 연극하는 후배들과 힘들게 몸 비비며 지내는 것도 전혀 하지 못했고, 독립영화 정책 지원 등의 일은 해본 적 있지만 내가 직접 하진 못했다. 그런 후회감을 느끼면서 뒤늦게나마 철이 들더라. 그 때 마침 나 못지않게 목마른 상황에 있었던 김성홍 감독을 만났고, 함께 <실종>을 만들게 됐다."

영화 <실종>에서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연기를 선 보인 배우 문성근.

국내에서는 뒤늦게 꽃 핀 스릴러 장르, 오랜 경력 배우인 문성근에게도 모험이 아닐 순 없다. 물론 요즘 스크린계에서 ´악역´은 관객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어 누구나 탐내는 역이다. 하지만 문성근이 도전한 악역은 기존 영화 속 악역들과는 다르다. 열여섯 살 나이에 아버지를 돼지우리에 밀어 넣어 죽이고, 아무 상관없는 여성을 감금해 데리고 놀다가 산 채로 분쇄기에 넣어 살해하는 감정의 이해를 전혀 받을 수 있는 추잡하고 무시한 연쇄살인범을 열연했다. 말 그대로 ´날 것´ 연기라 할 수 있는 싸이코패스 살해자로 분했다.

“사실 ´이번 작품을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의 의문이 컸다. 김성홍 감독과 ´둘이 제대로 만들어보자´ 용감하게 의기투합하긴 했지만, 이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막상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그간 주로 맡았던 ´누추한 지식인´ 등의 캐릭터는 내 실제 모습과 멀지 않아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평소 만나본 경험조차 갖기 힘든 악역 캐릭터 경우는 대사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작은 디테일들을 발견하고 찾아내 인물의 성격을 만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악역의 표현 방법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찾아낸 새로운 방법이 인물을 관통하는 핵심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실종>을 찍었고, 찍는 동안 완벽히 극중 살인범 ´판곤´이 됐다. 그러다보니 싸이코패스 연기가 생각처럼 힘들지 않았다. 단 촬영이 끝나고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들었다. 판곤으로 사는 내가 힘든 것이 아닌, 판곤을 지켜봐야하는 여주인공들이 <실종>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었을 것이다.”


감독들 사이에서 ‘캐릭터 몰입’의 대가로 불리는 문성근다운 악역 열연의 소감이다.

한국영화가 큰 발전을 거듭한 만큼 관객들의 보고 즐기는 수준도 높아졌다. 배우가 풀어야 할 숙제도 더욱 어려워진 셈. 문성근은 이러한 상황이 더욱 즐겁다. 관객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어려운 숙제를 기꺼이 받아 풀 수 있는 기회도, 용기도 더욱 가질 수 있기 때문. 연기 경력은 오래지만 스릴러 장르에 대한 경험은 <오로라 공주> 한 편 정도가 전부인 그가 <실종>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를 꽤나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영화 <실종>에서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연기를 선 보인 배우 문성근.

문성근은 이미 <실종>으로 흥행 이상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듯 보였다. 배우로서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또 한 번 실행에 ´잘´ 옮겨냈기 때문이다.

“<실종>으로 어떤 흥행 성적표를 받게 될 지에 대한 두려움은 나 역시 있다. 단 조금 여유로워 보일 수 있는 것은 작품을 선택할 때 ´흥행´ 여부나 이후 얻게 될 배우로서의 이미지보다는 역할에 스스로 흥미로울 수 있을지 개인적 욕심을 먼저 부려온 탓일 것이다. 대본이 요구하는 개성 있는 인물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내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고, 그 결과로 대중의 사랑까지 받게 된다면 나도 그저 고마운 입장이 되는 것이다.

배우란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좀 식상한 얘기 같지만, 사실 아닌가) 사람들 누구나가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경험할 수 없다. 그래서 배우인 내가 최대한 현실적인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또 다른 경험, 반추...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은 것이다. <실종>을 통해서도 그런 배우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하려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런 기능을 잘 해내는 ´좋은 배우´로 살아가고픈 욕심을 끝없이 부리고 싶다."
[데일리안 =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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