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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장미 정원의 반란... '에버랜드' 중장년층도 잡는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5.29 11:00
수정 2025.05.29 11:00

에버랜드 '리브랜딩', 꽃 축제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예능 넘어 예술" 장미로 다시 쓰는 테마파크 공식

28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로즈가든에 다양한 품종의 장미가 피어있는 모습. ⓒ임채현 기자

"큐피트가 장미향을 맡다 벌에 쏘였고, 화가 난 비너스가 벌침을 뽑아 장미에 꽂아 가시가 생겼다는 신화가 있죠."


에버랜드 장미 정원이 40살을 맞아 성인식을 치르고 있다. 단순히 상춘객을 맞는 계절성 축제에서 벗어나 스토리와 세계관을 담았다.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브랜드 콘텐츠'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놀이기구와 환희 섞인 비명으로 상징되는 테마 파크라는 공간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는 취지다.


28일 직접 찾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 로즈가든에는 720품종 300만 송이의 장미가 만발해 각기 다른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약 2만㎡ 규모의 장미 정원은 빅토리아, 비너스, 큐피드, 미로 등 4개의 테마 정원으로 꾸며져 형형색색 각기 다른 종류와 색의 장미들이 심어져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985년 '용인 자연농원'에서 시작된 장미 축제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약 8000만 송이의 장미가 심어지고, 600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 대표 봄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상춘객들은 장미향에 발걸음을 멈췄다. 지난 16일 개막 후 약 25만명이 이미 정원을 찾았다.


올해 에버랜드의 장미축제는 다소 남다르다.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Rose Garden Royal High Tea, 이하 로로티)'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장미와 티파티를 함께 섞었다. 예술과 스토리텔링을 엮은 몰입형 콘텐츠로 기획됐다. 장미정원에서 열리는 환상적인 하이티’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장미 한 송이 한 송이에도 이야기를 심었다.


28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로즈가든에 다양한 품종의 장미가 피어있는 모습. 사막여우 오브제가 장미 꽃 사이에 숨어있다.ⓒ임채현 기자
판타지 세계관은 물론, 리브랜딩도 함께

중심 무대인 ‘로즈가든’은 올해 판타지 세계관을 입고 완전히 달라졌다. 귀여운 사막여우를 중심으로 나비, 홍학, 열쇠 등의 오브제가 등장하는 동화적 설정에, 키네틱 아트, 미러룸, AR 체험 부스 등이 배치됐다. 일러스트 작가 다리아 송, 조형 예술가 갑빠오와의 협업을 통해 정원은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올해 에버랜드 장미축제의 또다른 핵심은 바로 방문 세대 확장이다. 그간 '아이와 함께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에버랜드는 이번 장미축제를 통해 청년층은 물론 중년층을 정조준했다. 로열코펜하겐 티웨어에 담긴 애프터눈 티 세트, 정원 곳곳에 자리한 포토존, 품격 있는 굿즈샵은 부모 세대가 ‘머물며 즐기고 싶은 공간’의 컨셉을 잡았다.


장미꽃 모양 얼음과 식용 장미를 띄운 아이스티, 하트 모양의 츄러스 등도 중년층 감성을 자극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에버랜드 관계자는 "꽃을 단순히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이야기를 심고 감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중년층도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28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로즈가든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애프터눈 티세트.ⓒ임채현 기자
'스토리텔링'으로 무장... K-장미 수출까지

‘로로티’는 공간뿐 아니라 감성 서사에도 공을 들였다. 꽃과 정원을 주제로 한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축제 곳곳에서 연상된다. 사랑의 신 큐피트가 장미 향기를 맡다 꽃잎 속 벌에게 코를 쏘였고, 이를 본 비너스가 벌침을 뽑아 장미에 꽂았더니 그 자리에 가시가 돋았다는, '꽃바람 이박사'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의 설명은 로로티를 방문한 관람객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이다.


올해 장미 축제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전시 공간 연출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버랜드는 지난 2013년부터 자체적으로 정원용 국산 장미 품종 ‘에버로즈’를 개발해 현재까지 40종을 등록했다. 그중 대표 품종인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2022년 국제 장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하며 세계적 인정을 받았다. 향이 짙고 꽃잎이 화려하며 병충해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에버랜드가 개발한 에버로즈의 대표 품종, 퍼퓸 에버스케이프.ⓒ임채현 기자

더 나아가 해당 품종은 일본 정원 장미 시장에 수출되며, 해외에서도 상업적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단기 소비용인 절화 장미가 아닌, 뿌리를 심어 기르는 정원용 장미의 해외 진출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해당 품종의 항산화 효과는 국제 SCIE급 학술지에도 논문으로 실렸다.


에버랜드 측은 "용인 지역이 장미를 재배하기에 기후와 토양이 적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땅을 1.5미터 깊이로 파내 다른 흙으로 메워 장미를 심고, 겨울이면 한랭한 기후에 얼지 않도록 그루마다 짚으로 싸매는 등 직원들이 세심하고 꼼꼼한 손길로 장미들을 정성껏 보살핀 결과"라고 설명했다.


SNS 핫플레이스로 진화... "에버랜드=인생샷"

SNS 반응도 뜨겁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로로티 관련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500만회를 넘겼고, “화보처럼 찍힌다”, “눈과 코가 동시에 힐링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배우 정호연, 김선호, 고소영 등 유명 인사들이 장미원 인증샷을 올리면서 ‘에버랜드 = 스타 핫플’ 공식도 굳어졌다. 중장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나들이 공간’이라는 인식도 확산 중이다.


에버랜드 측은 "1976년 자연농원 개장 당시, 현재의 로즈가든(장미원) 지역에 122품종 3500그루의 장미를 심었다"며 "당시에는 그냥 보여주기식 전시 위주의 꽃 축제였다면, 지금은 세대가 진화해 장미를 통한 다양한 굿즈, 이야기를 즐기며 하나의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버랜드는 장미축제를 맞아 70여 종의 에버랜드 로로티 굿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드리머(Dreamer), 로자리안(Rosarian), 가디언(Guardian) 등 3가지 컨셉으로 출시된 사막여우 인형이 고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외에도 우산, 양말, 유리컵 등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굿즈부터 바이그레이, 달작업실, 그레이쥬스 등 외부 브랜드와 협업한 콜라보 굿즈까지 다양한 에버랜드 로로티 굿즈가 마련돼 있다.


에버랜드 로즈가든에 위치한 굿즈샵.ⓒ임채현 기자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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