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동령 “보물 같은 경험 준 한국에 감사”
입력 2009.03.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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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 은동령씨 “대구는 제2의 고향”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 버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KBS TV ‘미녀들의 수다’ 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출신 은동령씨
한 중국 소녀는 사춘기 시절 한국가수인 H.O.T의 열렬한 팬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룹의 멤버인 장우혁을 좋아했다. 당시엔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했다. 소녀에게 한국은 ‘좋은 나라’ 였고 한국 사람은 ‘좋은 사람’ 으로 인식됐다.
올해로 한국에서 생활한 지 4년. KBS 2TV ‘미녀들의 수다’ 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있는 은동령(25·계명대 관광경영 대학원)씨와 한국의 인연은 어찌 보면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은씨는 북경언어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던 중 유학을 결심하게 됐고, 프랑스와 한국 대학의 편입학 승인 통지서를 동시에 손에 쥐었다.
“부모님께서는 같은 아시아권이 아닌 프랑스로 가길 바라셨지만 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어요. 한국을 택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친구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얘기를 엄청 들었거든요.”
“한국행을 결정한 뒤 중국에서 계명대 캠퍼스를 동영상으로 볼 기회가 있었어요. ‘저 아름다운 학교에 다니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죠. 외국학생에 대한 지원도 아주 잘돼있다고 하고요.”
“사실 한국에 있는 수많은 대학 중에서도 대구에 있는 계명대를 선택한데는 장우혁의 영향도 컸어요. 그의 고향인 구미와 대구가 아주 가깝거든요.”
원양어선 사장인 아버지와 회계사인 어머니를 둔 은씨는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장기간 낯선 땅으로 떠나는 유학.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내성적이었던 은씨는 한국에서 생활하고 미수다와 지역방송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밝은 성격이 됐다고 말했다
또 “자녀를 한 명 밖에 가지지 못하는 중국에서는 하나뿐인 자식이라고 품안에 감싸기 보다는 오히려 더 좋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 성공하길 바라기 때문에 유학을 보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고 덧붙였다.
한국에 온지 4년째이긴 하지만 한국말을 너무도 자연스레 구사하는 그녀.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중국유학생들 하고만 어울려 다녔어요. 자취도 함께 했고요.”
“그랬더니 한국어가 전혀 늘지 않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죠. 한국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고 자취방에서도 독립을 선언했어요.”
은씨는 “특히 동네나 시장에서 아저씨와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말을 배우는 것이 살아있는 한국어 학습방법” 이라고 귀뜸했다.
또 한 가지 비결은 1년 가까이 했던 바텐더 아르바이트라고 했다.
“바텐더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고 강조했다.
은씨는 그곳에서 한국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교류하면서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고 한국어 실력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중국유학생들도 너무 자신들끼리만 어울리지 말고 한국학생들과도 교류했으면 좋겠다” 며 “아르바이트도 단순사무직이 아니라 많은 한국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직이나 학원 강사 등을 구하는 것이 한국어를 빨리 익히고 성공적으로 유학생활에 적응하는 비법” 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있을 때 은씨는 혼자 있기 좋아하고 낯도 많이 가리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미수다에 출연하고 지역방송 TBC의 인터뷰 프로그램 ‘통’ 을 진행하면서 활발하고 밝은 성격이 됐다.
“미수다 하면서 각국의 친구들이 생겼고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어요. 고소공포증이 있었지만 높은 사다리에 올랐고 겁이 많았지만 싸움소들 옆에서 방송하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거든요.”
“방송을 보신 부모님도 정말 네가 맞느냐며 놀라세요. 명랑하고 당당해진 딸의 모습에 기뻐하시는 건 당연하고요.”
은씨는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 번은 미수다에서 은씨가 했던 말을 시청자들이 오해해 미니홈피 등에 심한 악플이 숱하게 달려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악플은 그녀의 마음에 심한 상처를 남겼고 그렇게 좋아했던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
“알맞은 기후, 정이 넘치는 사람들...한국에 오기 전에도, 온 뒤에도 한국에 대한 인식은 늘 좋았는데...당시엔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오해를 푼 네티즌들이 ‘그땐 내 생각이 짧았다.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 며 직접 미니홈피에 쪽지까지 보내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을 거뒀다고 한다.
은씨 스스로도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한국말과 문화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지혜롭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누구보다 한국과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는 은씨는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은씨는 “중국 사람들은 잘 안 씻어서 더럽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면서 “한국에도 잘 씻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중국도 사람마다 다르다” 고 말했다.
또 “이상한 벌레들을 모두 먹는다, 못 먹는 것이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식용으로 키운 것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어 은씨는 얼마 전 겪은 일을 들려줬다.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기사아저씨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시기에 중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멜라민 파동에 대해 얘기하면서 ‘중국X들 다 죽어버려야 돼´ 라고 안 좋은 말들을 마구 하시더라고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중국 사람이라는 한 마디에 그렇게 말했어요. 화가 나기보다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은씨는 “사실 제일 멜라민 많이 먹은 건 중국 아기들이다. 중국 사람들도 분노한 일이다” 며 “중국인들도 한국인들처럼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중국 사람들의 실수 때문에 13억 인구 전체를 나쁘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 당부했다.
좋은 일도 속상했던 일도 많았던 한국에서의 4년은 어떤 의미일까?
은씨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알리고 양국 문화교류에 힘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던 제가 어떻게 한 도시의 홍보대사가 되고 시장님을 만나고 방송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아직도 꿈만 같아요. 중국에 있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이죠.”
혹시 연예인이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그녀는 단호하게 답했다.
“저는 연예인도 아니고 연예인이 될 마음도 없습니다. 연예인이 되기엔 제 능력도 부족하구요. 다만 조금 얼굴이 알려진 일반인일 뿐입니다.”
은씨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방송인 되고 싶은 꿈은 있다.
“미수다와 지역 방송에 출연하면서 방송 일에 관심이 생겼어요. 지금처럼 방송에 직접 얼굴을 비추는 진행자가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석사과정을 마치고 나서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알리는 양국 문화교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은씨는 최근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미수다 동료이자 같은 대학에 대학 중인 케서린 베일리(27)와 함께 대구시 의료관광 홍보대사로 임명된 것.
은씨는 “최근 동산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최신 의료장비와 친절한 의료진 등이 너무 훌륭했다” 면서 “부모님부터 모셔오기 시작, 지역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대구의 첨단 의료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겠다” 고 밝혔다.
“막상 홍보대사가 되고 나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대구 사람들은 정은 많지만 무뚝뚝하고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데 서툰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자기자랑도 잘 못하는 것 같고요. 그러니 우리 같은 외국인들도 나서서 대구가 얼마나 좋은 도시인지 알려야죠” 은씨는 홍보대사로서 똑 부러지게 답했다.
“저는 외국인이지만 대구가 너무 좋아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죠. 그런데 정작 대구 사람들은 대구가 얼마나 좋은 도시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은씨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 힘든 시기지만 모두가 노력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면서 “4년여를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대구 사람들도 기운 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데일리안 대구경북 = 김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