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사장님 대출'부터 조이기…금융당국 대응 '감감무소식'
입력 2025.05.12 16:20
수정 2025.05.12 16:24
올 들어 사장님 대출 3조원 줄었지만
대기업 대상으로는 5조원 넘게 증가
경기 침체 리스크 짊어진다는 지적에
"'RWA 관련' 당국 차원 대응 필요"
리스크 도미노 차단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시중은행이 개인사업자에게 내준 대출이 올해 들어 3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에 빌려준 돈은 5조원 넘게 증가했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한 차주를 우선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구조적 악순환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응 역시 늦어지고 있다 보니, 당분간 '사장님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66조781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0.9%(2조6773억원) 줄었다.
통상 연초에는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올초부터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41조3679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2.1%(5조5347억원) 늘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한 대기업 위주로 취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내수 침체와 미국 관세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다.
실제 올해 1분기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39%인데, 이 중 개인사업자대출 평균 연체율이 0.51%를 기록하며 전체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 2015년 1분기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인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당분간 우량 차주 위주로 여신을 취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구조적 악순환을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차원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는 설명이다.
통상 기업 대출을 확대하면 RWA가 증가하고 이는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은행 부담이 커진다. RWA 가중치를 낮추면 기업 대출을 늘릴 여력이 생겨, 상황이 어려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1분기 연체율이 발표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더 시급해졌다"며 "우선 발등에 떨어진 건전성을 개선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량한 대기업 위주로 여신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RWA 부담이 낮아지면 은행들의 금융 지원 여력이 늘어나 기업 대출을 확대할 수 있다"며 "당국 차원의 대응 없이 개별 은행에게 기업 여신을 늘려라 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