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려면 돈 내”…공인중개사 ‘임장비용’ 추진, 시장선 ‘어불성설’
입력 2025.04.25 06:00
수정 2025.04.25 06:00
임장비 선지불 후 계약시 중개보수서 차감하는 방식 추진
일부 선 넘은 ‘임장크루’로 인한 중개업소 피해 예방 차원
무리한 요구…법 개정 필요에 실수요자 부담 가중 우려도

공인중개사협회가 중개업소에 매물을 보러 온 매수자에게 일정 부분 비용을 받고 물건을 소개해 주는 ‘임장 기본보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스터디 개념으로 삼삼오오 중개업소를 방문해 매물만 둘러보고 사라지는 일명 ‘임장크루’를 겨냥한 조치다.
시장에선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 개정이 필요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실수요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개 상담료 일환으로 임장 기본보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임장은 중요한 현장 안내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보수도 받지 못한다”며 “등기부등본 열람부터 각종 대출이나 물건에 대한 권리 관계 등을 시간을 투입해 자료를 찾고 상담을 하지만 고객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아무 대가 없이 보고 가면 끝”이라며 기본보수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2030 청년들이 늘면서 활발히 운영되는 ‘임장크루’로 인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임장크루는 실제 매수·매도 및 임차 목적 없이 임장을 다니며 부동산 관련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운영된다. 일부 임장크루가 실제 매수자인 척 매물 관련 서류를 요구하거나 집 내부까지 훑고 가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공인중개사는 물론 매도자, 임대인·임차인 모두 피해를 보게 되자 협회 측이 임장 관련 보상체계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내놓은 방안이다.
협회가 내놓은 임장 기본보수제는 소비자가 중개업소를 방문해 매물을 둘러보기 전 일정 금액의 임장 비용을 사전에 지불하고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중개보수에서 해당 금액만큼 차감하는 방식이다.
만약 제도가 시행되면 임장크루뿐만 아니라 실제 매물을 보러 온 매수자도 일정 비용을 내고 물건을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협회는 이를 통해 전문적인 중개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중개보수가 저렴한 것도 아닌데 임장 비용은 도대체 얼마를 요구할지 겁난다”, “매물마다 임장비를 내라고 하면 집을 많이 볼수록 부담이 늘어날 텐데 부동산 끼면 집 한 채만 보고 계약하게 생겼다” 등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개수수료에 임장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 협회가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 온 직거래만 더 부추길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럴 거면 여러모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직거래를 하는 게 훨씬 더 낫다”, “장사가 안되니 이렇게라도 수익을 내려는 것일 텐데 서비스 질부터 올리는 게 우선”이란 반응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협회 측은 “임장크루의 경우 돈을 받고 모객을 하는데 실제 의뢰를 받고 현장 안내를 하는 건 공인중개사”라며 “미국은 사전 매수의향서를 작성해야 현장 안내 및 중개 대상물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선순환 구조 마련을 위해선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이 매물을 보여주고 대가를 받는 방안이 무리한 요구라는 우려 섞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시행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점도 실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실제 영업 중인 중개업소들 사이에서 (임장크루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임장 비용을 청구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중개서비스라는 개념은 임장부터 시작으로 중개보수에 (임장 비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수요자 입장에서 집을 많이 보는 경우는 10~20채도 보는데 그렇게 되면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계약의 완성으로 중개보수를 받도록 법으로도 규정을 해둔 사안인데 서비스만 빼서 돈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진짜 고객인지 아닌지는 몇 가지 질문만 해도 판가름나고 이미 일선 현장에선 적절히 서비스를 분리해 대응하고 있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불필요한 비용까지 더해지면 거래가 더 안 되거나 직거래로 돌아서는 등 부작용만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