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는 삶’의 이중성…연예인 집 공개 위험성 [D:이슈]
입력 2025.04.25 08:35
수정 2025.04.25 08:35
박나래 자택서 수천만원 금품 훔친 절도범 구속 송치
관찰 예능 부작용 심각...사생팬 병적 집착 부추기기도
최근 방송인 박나래의 자택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은 미디어를 통한 연예인의 사적인 공간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인식되고 있다.

박나래는 이달 8일 서울 용산구 소재 자택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일각에선 ‘내부인 소행’이라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외부에서 침입해 범행한 피의자 A씨가 지난 14일 경찰에 검거됐고, 18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박나래 자택 외에도 3월 말 용산구 또 다른 집에서도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연예인들이 집을 공개하는 프로그램들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A씨가 “박나래 집인 걸 몰랐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모를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전과가 있는 범죄자다. 재판에서 유리한 형량을 받기 위해서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자기 집보다는 소속사가 마련해 준 다른 집을 공개하는 것이 보통의 관례였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박나래가 출연 중인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은 자기가 실제 살고 있는 집을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전문 털의범들은 몇 장면만 봐도 어떤 보안 시설이 어떻게 돼 있는지 금방 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소속사가 책임질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꼬집었다.
‘나 혼자 산다’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연예인의 집은 시청자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빈번하게 활용된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연예인의 집을 배경으로 삼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보여주는 삶’의 이면에는 당사자인 연예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방송을 통해 집의 상세한 구조, 보안 시스템의 수준, 심지어 고가품의 보관 장소까지 무방비로 대중에 공개되는데, 이는 절도와 같은 재산 범죄를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재산상의 피해를 넘어 사생활 노출과 예측 불가능한 신변의 위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과거 방송인 한혜진은 홍천 별장에 낯선 사람들의 무단 침입이 늘었다고 고백하면서 “찾아오지 말아달라, 무섭다,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으나 계속되는 피해에 담장과 대문을 설치했다. 이밖에도 김대호, 이효리·이상순 부부 등 방송을 통해 집을 공개한 다수의 연예인들이 피해를 호소하다 이사까지 고민하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정보가 스토킹이나 사생팬의 병적인 집착을 부추기고 용이하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사생팬의 주거 침입 및 사생활 침해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연예계의 오래된 병폐다. 불과 며칠 전에도 슈퍼주니어 이특이 자택 내에 사생팬이 무단침입한 사실을 밝히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예인의 ‘보여주는 삶’을 전시하면서 시청률이나 화제성이라는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송사 입장에서 반복되는 부작용을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말이다. 연예인의 안전과 기본적인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윤리적 태도와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예인 주거 공간 촬영 및 편집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 대중의 성숙한 자세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