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대립각 세운 트럼프가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는 까닭은
입력 2025.04.22 16:59
수정 2025.04.22 16: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찾게 되면 지난 1월 재집권한 뒤 첫 외국 방문이 된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로마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거기에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이날 오전 7시 35분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교황 장례식 날짜는 공표되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선종 뒤 4~6일 내 장례 미사가 열린다고 미국 공영방송 NPR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찾게 되면 1월 재집권 뒤 첫 외국 방문이 된다. 그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자 애도를 위해 미국의 공공 건물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명령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 인사말을 통해 명령 사실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에서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 모른다”고 말했고,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은가”라는 후속 질문에도 “타이밍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후 두어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 장례식 참석을 결정한 데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멜라니아와 여사와 교황 간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멜라니아 여사는 1962년 3월11일 교황 요한 23세를 알현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 이후 55년 만에 바티칸을 방문한 첫 가톨릭 신자 퍼스트레이디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남편에게 뭘 해 먹이는가? 포티카(슬로베니아에서 즐겨 먹는 고열량 케이크)인가?”라고 물었고 멜라니아는 “그렇다”고 화답했다. 슬로베니아 출신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교황의 따뜻한 배려와 문화적 유대감이 드러난 상징적 장면으로 회자됐다. 당시 교황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묵주를 건네며 따로 축복 기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때부터 난민 등 각종 국제 현안을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립해 왔다. 그해 2월 교황은 멕시코 방문 도중 미국과의 접경지역에서 20만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이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교황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세우겠다”고 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공약에 대해 “다리를 놓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이 미국 정치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로교 신자로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았는데 2020년 더는 장로교인이 아니며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는 비교파 기독교인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집권 1기 첫 해외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거쳐 그해 5월24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30여분간 면담했다.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에서 활짝 웃은 트럼프 대통령과 냉엄한 표정의 교황 얼굴이 대비돼 화제가 됐다. 당시 언론에선 “불편한 만남”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고인에 대해 “좋은 사람이었다”며 “열심히 일했고 세계를 사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로운 안식을 빈다! 그와 그를 사랑한 모든 이들을 신이 축복하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