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큰 개미' 자처한 이재명 '동학개미'에 구애…"최대한 빨리 상법 개정"
입력 2025.04.22 00:15
수정 2025.04.22 00:15
대세 확인 후 정책 집중…코스피 5000 선언도
"누군가 손해보는 불공정 사라진 시장 만든다"
"상법 개정 되면 지배적 대주주의 횡포 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주말 충청·영남권 지역순회 경선에서 90%에 육박하는 누적 득표율로 대세론을 확인한 데 힘입어 정책 행보에 주력했다. 앞서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폐지를 주도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던 이재명 후보는 이번엔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꽤 큰 개미'를 자처하며 이른바 '동학개미'들을 겨냥한 행보에 나섰다.
이 후보는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재추진 의지와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을 다시 꺼내들었다. 부동산에 몰렸던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려놓고, 국민이 자본시장에서 부를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개미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재명 후보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등 업계 관계자들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주가 조작과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 등 문제를 연신 지적하면서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황당한 유머까지 생기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 시장에 대한 불신이 많아진 상태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는 "집값 급등의 많은 폐해가 발생하는데도 모두가 부동산에 매달린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자본시장이 비정상이다 보니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선진국들이야 주식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느냐. 주식 투자를 해서 배당을 받아 생활비도 준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배당도 잘 안 주는 것 같다"고도 발언했다.
특히 "나도 지금은 휴면 개미인데, 꽤 큰 개미 중 하나였고, 내가 정치를 그만두면 주식 시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99%(였다)"라며 "잠깐 대선에 떨어져서 상당 기간은 정치를 안 하겠다 싶어 나름 연구 끝에 조선주를 좀 사놨는데 갑자기 국회의원이 됐다. 그 바람에 (의도적으로) 방산주를 산 것이 아니냐는 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손해를 보고 도로 팔았다. 지금은 3배가 넘게 올랐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이 규칙이 지켜지는 정상적인 시장이 돼야 한다"며 "조작은 절대 못하게 해야 하고, 공시를 엉터리로 하거나 또는 비밀 정보를 이용해서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불공정이 완전히 사라진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개미 투자자들은 정치 성향이 뚜렷하기보다는 경제정책과 시장 흐름에 따라 판단하는 '실용적 중도'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이 같은 이 후보의 행보는 본선 경쟁을 앞두고 중도층 유권자에게 다가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관련해선 "대주주들의 지배권 남용이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상법 개정은 실패했는데,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다시 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주가지수가 지금 2500을 왔다 갔다 하는데 5000을 넘어간다면 국부도 늘어난다. 반드시 가야 할 길"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정학적 리스크라고 하는 게 너무 심화돼 있다.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민주당이 추진하다가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와 재표결 끝에 폐기된 상법 개정안을 언급하면서는 "이기적인 소수의 저항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건(상법) 당연히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 상법 개정이 되면 지배적 대주주의 횡포가 줄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해 소액주주도 보호 및 공정한 시장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다만 재계와 국민의힘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침해, 소송남발에 따른 법적 리스크 등을 우려해 '시기상조'라는 반대 목소리가 분출된 바 있다.
한편 이날 이 후보는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기 직전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공언을 했다.
아울러 △주가조작·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으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의 일반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로드맵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