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지폐 뿌렸는데 폭행죄?..."간접적 유형력 행사도 유죄 성립" [디케의 눈물 336]
입력 2025.04.16 02:41
수정 2025.04.16 02:41
피고인, 모텔 종업원과 주차 문제 말다툼하다 얼굴에 지폐 던져…1·2심 폭행죄 유죄
법조계 "폭행죄, 간적접 '유형력' 행사도 성립…삿대질·고성 위협도 폭행죄 인정돼"
"폭행죄 성립 범위 매우 넓지만…반의사불벌죄 해당,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 안 돼"
"고의성 및 직간접 유형력 행사 있었는지가 폭행죄 성립 관건…보복운전도 특수폭행"

차량 이동을 요구하는 모텔 종업원과 말다툼 끝에 얼굴에 지폐 여러 장을 집어던진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폭행죄 성립을 판단할 때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만큼 직접적인 접촉이나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지폐를 얼굴에 던지는 등의 행위가 이뤄졌다면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삿대질과 고성위협 등 간접적 유형력 행사에도 폭행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부장판사 김은정 강희경 곽형섭)는 최근 폭행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벌금 50만원을 유지했다. A씨는 2023년 1월 경기 수원시 한 모텔 주차장에서 30대 종업원 B씨의 얼굴에 지폐를 던져 맞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으나 B씨로부터 특정 객실 투숙일 경우에만 주차가 가능하다고 차량 이동을 요구받았다. 이에 말다툼하던 A씨는 화가 나 5만원권 지폐 8장을 B씨의 얼굴에 던져 맞게 했고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해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으나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는 카운터 안쪽으로 지폐를 던진 것일 뿐 피해자를 향해 지폐를 던지지 않아 폭행의 고의가 없고 지폐 8장을 던진 것은 신체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시 주차 문제로 B씨와 말다툼하다 화가 나 B씨의 얼굴을 향해 지폐 8장을 던져 맞힌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행위의 목적과 의도, 당시 정황 등을 고려해 보면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폭행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폭행죄 성립 요건 중 하나가 유형력 행사 여부인데, 직접적인 유형력 행사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행사도 포함한다. 폭행죄 성립 여부를 따질 땐 행사하는 사람의 의도나 방법 또는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근접성, 유형력이 행사된 객체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과거 피해자에게 삿대질을 한 피고인이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판례가 있었고, 고성을 질러서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해 청각적인 기능을 자극시킨 사례도 폭행죄가 인정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폭행의 고의, 신체적·정신적 유형력 행사가 있었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며 "폭행죄의 성립 범위 자체가 매우 넓긴 하지만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다면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폭행죄는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해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면 성립된다. 직접적인 접촉이나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정신적인 피해가 있었다면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대표적 특수폭행 중 하나가 위협운전, 보복운전인데 이 경우 상대방 차량과 부딪치기 전에는 어떠한 상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지만 형법상 특수폭행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형력을 행사해서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수반되면 유형력으로 본다. 특히 폭행죄를 판단할 때는 고의성, 예견 가능성, 구체적인 행위 등를 중점적으로 보는데 이때 폭행죄는 고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따라 과실치상과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