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간 '응급실 뺑뺑이' 구급대원, 조끼 벗고 한 말
입력 2025.03.18 15:04
수정 2025.03.18 15:04

환자를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구급차를 타고 이동만 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성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저희가 지금 노조 명의를 빌려서 왔다. 저희가 지난해 '응급실 뺑뺑이' 이슈 이후 잘못된 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 조끼를 꼭 입고 참여하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근데 제가 보기엔 왜곡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조끼를 벗고 '구급대원의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서겠다"며 착용하고 있던 조끼를 벗었다.
그러면서 "저희는 시민이 신고하면 달려오는 119구급대원"이라면서 "하지만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응급 분만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국장은 "응급환자를 신속히 이송해야 하는 119구급대가 병원으로부터 계속 거절당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구급대원들도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은 지난 16일에도 일어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갑자기 쓰러진 베트남 임신부가 2시간이 넘도록 병원을 찾아 헤맸지만 끝내 구급차 내에서 아이를 출산한 것이다.
구급대는 임신부를 인하대병원으로 처음 이송했으나 병원 측은 "산과 수용이 불가하다"며 거부했다. 이후 인천·경기 일대 12개 병원에 문의했지만 모두 "산과 진료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김성현 국장은 또 "올해 2월 대구에서 이마 열상을 입은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건, 3월 회식 후 귀가하던 남성이 낙상 후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결국 상태가 악화된 사건 등은 일부 사례일 뿐"이라며 "현재 도심 지역 119구급대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러한 출동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응급환자의 치료 지연에 대한 책임이 구급대에 전가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구급대원들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성현 국장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전공의 사직 때문만은 아니라며, 보다 근본적인 응급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의 응급의료 능력 평가를 강화하고, 119구급대 환자 수용률 등을 반영하는 등 응급의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