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재단 '공지 지연 해명' 설득력 있나…거래소 최종 판단은?
입력 2025.03.18 14:01
수정 2025.03.18 14:13
해킹 발생 4일 만에 공지…늑장 대응 비판
재단 "해킹 가능성·시장 패닉셀 우려" 해명
이번주 위믹스 거래 지원 종료 여부 결정

87억원 규모 해킹을 당하고도 투자자들에겐 해당 사실을 뒤늦게 알린 위믹스 재단이 사상 초유의 '재상폐' 위기에 휩싸였다.
1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에 속한 거래소들은 이번 주 중으로 위믹스의 투자 유의 종목 지정 연장, 해제, 거래 지원 종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위믹스는 현재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위믹스 재단은 지난달 28일 해킹으로 위믹스 865만4860 WEMIX(약 87억원 상당)를 탈취당한 바 있다. 위믹스의 서비스 중 하나인 위믹스 플레이에서 체인 간 토큰 교환을 지원하는 '플레이 브릿지' 금고가 악의적인 외부 공격을 받았다. 탈취된 WEMIX는 해외 거래소를 통해 매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위믹스 재단은 사건 직후 수사당국에 신고하고 해외 거래소에 공조를 요청했지만, 국내 거래소와 투자자들에게는 4일이 지난 후에야 해당 사실을 공지해 물의를 빚었다.
김석환 위믹스 재단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추가적인 해킹 가능성과 탈취 자산으로 의한 시장 패닉셀 가능성을 고려해 즉각적인 공지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발표를 시장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해킹 발생을 계기로 보유 자산을 매도할지는 각 투자 주체들의 선택인데, 재단이 이를 마음대로 판단해 중요 공시를 연기한 것이 정당하냐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 관계자는 "해킹으로 인해 위믹스를 팔지 보유할지 결정하는 건 시장의 선택인데 재단이 이를 우려해 늦게 공지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빠르게 공지하는 것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믹스 투자자 커뮤니티 '위홀더'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해킹을 인지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의적인 늦은 공시라니"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시장 상황 우려라는 것이 무슨 궤변인지 모르겠다. 거래소에 빠르게 알리고 공시했다면 얼마나 좋았나"라고 토로했다.

위믹스 재단이 내놓은 해명이 국내 거래소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향후 거래 지원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위믹스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발생하고 있는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 4일 위믹스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해킹 공시가 늦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거래소들은 가상자산을 상장 폐지하기 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관리하는 절차를 밟는다.
거래소들이 위믹스 재단의 해명을 받아들인다면 거래 지원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경우는 다른 가상자산과 같이 통상적으로 거래가 이어지게 된다.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판단할 경우, 유의 종목 지정을 유지한 채 추가적인 소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위믹스는 지난 2022년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당시 위믹스 재단은 투자 유의 종목 지정 해제를 위해 수차례 자료를 제출하며 소명했다고 밝혔지만, 거래소들은 소명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며 두 차례나 투자 유의 종목 지정을 연장했다.
반면 해명이 충분히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즉각적인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위믹스가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되는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거래 지원이 종료(상장 폐지)되는 경우 급격한 변동성과 함께 거래가 지원되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의 탈출 행렬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