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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소환되는 1950년대 한국…반가운 ‘시대극’ 부활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3.16 11:19
수정 2025.03.16 11:19

1950~60년대 제주 배경인 ‘폭싹 속았수다’ 인기

여성 국극 다룬 ‘정년이’·1950년대 형사 담은 ‘수사반장 1958’ 등

다양한 시대극 이어져

1950~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가 글로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감성이 중·장년층과 젊은층은 물론, 해외 시청자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앞서 또 다른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삼식이 삼촌’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묵직하게 담아냈다면, ‘폭싹 속았수다’는 아름다운 제주 풍광에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며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정년이’, ‘수사반장 1958’ 등 ‘색다른’ 도전을 보여준 TV 드라마들까지. 최근 시대극이 활발하게 시도되며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 스틸ⓒ넷플릭스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분)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분)의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폭싹 속았수다’는 시대극의 매력을 제대로 구현하는 작품이다. 애순과 관식이 알콩달콩 키워 온 감정을 10대 시절 만개해 재미를 주는 한편, 당시 서민들의 애환까지 함께 포착하며 깊이감을 더한 것이다. 가난한 형편에도 딸만큼은 잘 키워내고 싶었던 애순의 엄마가 잠수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초반 애순 모녀의 서사는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이후 애순이 홀로 시대의 한계에 순응하거나 맞서는 과정은 버라이어티 하면서도 뭉클했다.


아름다운 제주 풍광을 보는 재미에, 방대한 서사가 남기는 여운 등. “조부모·부모 세대를 향한 헌사와 자녀 세대에 전하는 응원”이라고 ‘폭싹 속았수다’를 설명한 김원석 감독의 말처럼, 이 드라마는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잡는 작품이 되고 있다. 아이유, 박보검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으면서도, ‘600억 대작’이라는 부담감도 함께 안고 출발해야 했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만족도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이 비슷한 시기 한국을 배경으로 근현대사를 묵직하게 풀어낸 바 있다. 지난해 공개된 이 드라마는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 분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 분)이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야기를 통해, 4.19혁명부터 5.16 군사정변까지.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흥미롭게 포착했었다. ‘폭싹 속았수다’보다는 무거운 전개였지만, 격동의 역사를 화면으로 스펙터클 하게 옮겨내며 시대극의 또 다른 재미를 보여줬다.


이 외에도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그린 tvN ‘정년이’,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이제훈 분)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부패 권력에 맞서는 내용의 ‘수사반장 1958’ 등 TV 플랫폼에서도 시대극이 연이어 방송됐었다.


‘정년이’는 ‘여성 국극’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루되, 주인공들의 경쟁과 연대, 성장이라는 익숙한 전개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수사반장 1958’은 장르물의 재미와 시대극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었다. ‘수사반장’의 세계관을 레트로 감성과 접목, 추억을 소환하면서도 요즘 시청자들을 함께 겨냥했다. 한국적인 소재로 반가움을 자아내면서도, ‘수사반장 1958’처럼 레트로 감성에 열광하는 젊은층을 함께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극이 하나의 긍정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다만 높은 제작비가 필수인 시대극의 어려움이 더 큰 상황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 어촌 마을을 세트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대작’이 됐으며, ‘정년이’는 당초 MBC와 손잡고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제작비 문제로 인해 방송사를 옮기며 논란까지 빚었었다. 김영조 KBS 드라마 센터장은 사극 제작에 대해 “전에는 세트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위주로 빠르게 촬영했다면, 현재는 비주얼과 직접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강해졌다”며 제작비 부담을 언급했는데, 그의 말처럼 ‘볼거리’까지 갖춰야 하는 요즘 시대극은 더욱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역사를 화면으로 옮겨올 때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고증하는 것이 중요해졌으며, ‘가벼운’ 전개를 추구하는 요즘 시청 트렌드와 시대극의 묵직함이 다소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요즘은 만나기 힘들어진 ‘방대한’ 서사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공개 방식을 깨고 4회씩 나눠 공개하는 방식을 선택한 ‘폭싹 속았수다’는 시대극만이 선사할 수 있는 정서와 감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 중이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반가운 시도들이 시대극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까. ‘폭싹 속았수다’가 써 내려갈 후반부 기록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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