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 리스크 현실화…'민감국가' 두 달간 대응은커녕 파악도 못했다
입력 2025.03.16 11:34
수정 2025.03.16 11:38
미국 에너지부, 1월초 SCL에 추가했는데
우린 3월에야 '비공식 제보'로 사태 파악
SCL 추가 시점, 대미 통상외교통 한덕수
탄핵 직후…'리더십 진공'에 국익 손상

우리나라가 미국의 원자력·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되는 '민감국가 및 기타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됐다.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가 이같은 목록에 등재된 것은 초유의 사태로, '줄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전날 "이전 (바이든) 정부는 2025년 1월초 한국을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지정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목록의 효력은 내달 15일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의 기술을 배워갔다가 핵확산이나 테러 등으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국가를 '민감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이러한 '민감국가'를 관리하기 위해 에너지부 산하에 정보방첩국(OICI)과 핵안보국(NNSA)을 두고 있다.
민감국가 목록에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시리아 등 미국의 전통적인 적성국가들과 함께, 핵확산방지협정(NPT) 체제 외의 사실상 핵 보유국인 인도와 이스라엘 등이 포함돼 있다.
민감국가 목록에 오르면 미국과의 원자력·AI 등 첨단기술 협력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벌써 2개월 전에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목록에 추가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우리는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야 '비공식 제보'에 의해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왜 민감국가 목록에 오르게 됐는지 원인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다만 1월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미 통상·외교 전문가로 미국 조야에 네트워크가 넓은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지난해 12월 26일에 탄핵당한 직후라는 점에서, 우리의 리더십 공백 사태가 빠른 사태 파악과 대응에 지장을 초래한 것만은 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에 왜 목록에 오르게 됐는지 원인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목록에 오르게 됐다면 그것을 최대한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에 나섰어야 했는데, 두 달간 대응은 고사하고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리더십 공백' 외에는 원인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국으로부터) 사전 통보받지 못했다"며 "비공식 제보를 받은 것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내달 15일에 목록이 발효된다는 점을 고려, 우리 정부는 목록 발효 전까지 최대한 미국 측과 시정을 위해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목록에 추가하는 조치가 이뤄진지 두 달이 경과했고, 탄핵 사태로 인한 우리나라의 리더십 공백도 계속되는 상황이라 과연 실제 시정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가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국 정부 기관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한미 간의 에너지·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교섭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