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권출범 1년 시름 잊고 풍류나 한마당?


입력 2009.02.23 15:02
수정

<기자수첩>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초청 강연회 풍경

축사 고사에 이어진 판소리 한마당 "봄인데도 세상사 쓸쓸"

25일이면 이명박 정권 출범 1주년이다. 그러나 경제를 비롯해 각 분야 1년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정권 창출의 모체인 한나라당도 기(氣)가 많이 죽었다. 정권교체 1주년이지만 성대한 행사도 기념식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칠 수도 없을 터...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색다른 1주년 기념행사가 열었다.

인수위 시절 문화예술분야를 총괄하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이맘때 취임식 행사를 도맡은 박범훈 중앙대 총장을 불러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 주제는 생뚱맞게도 ‘풍류(風流)’다. ‘풍류를 알면, 정치를 잘한다’.

야당인 민주당이 지난달부터 성대(?)할 정도로 ‘분야별 MB정부 1년 평가토론회’를 열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사다.

´정권 출범 1주년이지만 분위기가 무거운 만큼 박범훈 총장을 모셔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그리고 재미난 얘기나 해줬으면´ 하는게 행사를 주관한 한나라당 ‘친이’ 계파 모임의 의중이다.

이날 행사는 한나라당 내 최대 ‘친이’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와 의원 연구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했다.

23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초청 강연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축사 고사한 여당 의원님들, 당황한 국회의장

통상 정치인들이 주관하는 행사는 본 식순에 들어가기에 앞서 참석한 정치인들 소개나 그들의 인사말로 시간이 늘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날은 축사조차 고사하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행사를 주관한 국민통합포럼 대표 안상수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다”며 “금년 한해는 다시 결의를 다지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비전을 제시해서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되는 강연회가 되길 바란다”고 짤막한 인사를 한 뒤 연단을 내려왔다.

또 다른 주관자인 ‘함께 내일로’ 공동대표인 심재철 의원과 최병국 의원은 축사를 하라는 요구에 손사래를 친 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객석을 향해 “고맙습니다”는 한 마디만 했다.

이런 모습에 당황한 건 김형오 국회의장이다.

축하차 참석한 김 의장은 “어디 식장엘 가도 식이 시작하자마자 주최측 인사말이 많아 ´오늘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겠구나´ 했는데 세분 대표가 합해서 인사말을 1분 15초 했다”며 “이렇게 빨리 주최 측이 축사를 짧게 한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고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나더러 빨리 내려오라는 제스처인지 아니면 ‘내 시간을 당신이 길게 쓰라’는 것인지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해 헷갈리는 상태로 올라왔다”고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23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초청 강연회에서 초청연사인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강연하고 있다.

소리꾼 이명박 고수 한나라당, “얼쑤, 잘한다~”

강연에 들어가자 박범훈 총장은 정치를 음악과 풍류, 판소리에 비유하며 “일단 소리꾼(창자·唱者)과 고수(鼓手)를 무대에 올렸으면 잘하라고 추임새를 넣어줘야 한다”고 했다.

소리꾼을 이명박 대통령에, 고수를 한나라당에 비유한 것이다.

“고수는 추임새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추임새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근데 나중에 저 고수가 어떻게 추임새를 잘해주느냐에 따라 소리꾼이 노래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된다. 고수의 앉아있는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약이 되고 힘이 된다. 중모리를 쳐야할 때 자진모리를 친다든지 뒷다리를 잡고 하면 소리는 망한다. 고수의 추임새는 관객의 추임새를 받기 위함 목적이다. 관객의 추임새가 나오지 않으면 소리꾼은 소리를 중단하게 된다. 죽어라고 해도 관객이 조용하면 소리를 고만두고 도중에 내려간다. 그러면 고수혼자 앉아서 뭣할 거냐. 창자와 고수는 운명이 하나다. 소리꾼은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쓰게 돼 있다. 죽으면 같이 죽고 살면 같이 산다. 이왕 하는 죽는 거 보다 사는 게 낫지 않나.”

박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왕 무대에 올라온 이상 우리는 죽어라고 추임새를 해주고 모든 국민들이 폭탄성 추임새을 터뜨릴 수 있도록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객석은 의원들이 초청한 지역구민이나 한나라당 당원들이 대부분이다.

강연 중간에 판소리 한마당도 펼쳐졌다.

박 총장이 중앙대 국악대학에 다니는 제자들을 데리고 나와 직접 판소리를 들려주며 강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얼쑤” “잘한다” 추임새가 이어졌다.

단가(短歌) 가운데 ‘사철가’ 한 대목이 펼쳐졌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구나.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라…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단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 생전에 일배주만도 못허느니라.”

어려운 경제현실에 국회에서 울려 퍼진 ‘사철가’는 이내 씁쓸함으로 바뀌었다. 뭘 그리 아등바등 거리느냐는 정부여당의 목소리 같아서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0
0
관련기사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