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계 비통, 미국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로 무더기 희생…한국계 2명
입력 2025.01.31 11:39
수정 2025.01.31 11:39
사고로 인해 67명의 탑승객 전원 희생
한국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 2명도 포함
국제빙상경기연맹부터 미국 피겨 전설들도 애도 동참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헬리콥터 충돌·추락 사고로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지도자 다수가 사망한 걸로 드러나면서 피겨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애도의 뜻을 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ISU는 30일(한국시각) “ISU와 전 세계 스케이팅 커뮤니티는 지난 밤 워싱턴DC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피겨스케이팅 선수들과 그들의 가족, 친구, 코치가 탑승한 걸로 파악돼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극에 연관된 모든 이들과 함께 애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 피겨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매우 힘겨운 시기에 유가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열 ISU 회장 역시 “오늘 피겨계는 비통에 빠졌다”며 “이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모든 분의 가족과 친구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추모했다.
대한빙상연맹도 홈페이지를 통해 “워싱턴 DC 여객기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피겨스케이팅 선수단을 비롯한 모든 희생자분들을 진심으로 추모한다. 유가족분들과 동료선수들, 미국 피겨스케이팅협회, 그리고 슬픔에 잠긴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하며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 미국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해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에는 약 20명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코치 등이 탑승했다.
이는 전체 탑승객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캔자스주 위치토 시(사고기의 출발지)에서 열린 미국 피겨 선수권대회와 연계해 진행된 전국 유망주 대상 훈련 캠프 참가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다가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여객기-헬기 충돌·추락 사고의 사고 여객기에는 한국계 청소년 피겨스케이팅 선수도 함께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공식 발표를 종합하면 추락한 여객기엔 한국계 10대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Jinna Han)과 그의 어머니 진 한(Jin Han)도 함께 타고 있었다.
지나 한은 노비스(만 14세 미만)에서 경쟁하던 유망주로, 지난해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지역 대표 선발전 격으로 열린 2025 US 이스턴 섹셔널스에서 22명 중 4위를 기록했다. 크랜베리컵 인터내셔널에서는 5위에 올랐다.
또 비행기에 탑승했던 10대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인 역시 2025 US 이스턴 섹셔널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끔찍한 사고에 미국 피겨 전설들도 애도에 동참했다.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미국 여자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딴 텐리 올브라이트는 “우리는 모두 가족이다.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선수들도 가족과 마찬가지”라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슬퍼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챔피언 크리스티 야마구치는 “사고에 관련된 모든 이들의 소식에 가슴이 무너진다”면서 비통해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브라이언 보이타노는 “내 친구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나딤 나우모프, 그들의 아들 막심까지 이 끔찍한 비극에 휘말렸다. 가슴이 아프다”고 애도했다.
한편, 미국 소방당국은 현지시각으로 29일 오후 8시 53분 쯤 미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상공에서 아메리칸 항공 PSA 여객기와 비행 훈련 중이던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충돌한 뒤 인근 포토맥 강으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블랙호크 헬기에 타고 있던 군인 3명 등 67명의 탑승객 전원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