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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 모욕 하지마" 따라하다가 저격 당한 재벌녀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01.24 11:04
수정 2025.01.24 11:05

ⓒSN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배우 오드리 헵번의 드레스를 재현한 의상을 입고 나오자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방카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무도회에서 '헵번 스타일'로 등장했다.


이방카의 드레스는 오드리 헵번이 1954년에 제작된 영화 '사브리나'에서 착용했던 지방시 드레스를 차용했다. 몸에 딱 맞는 상의에 넓게 퍼지는 스커트가 특징이다. 여기에 검은색 꽃 자수가 아름다움을 더했다.


헤어스타일도 오드리 헵번과 마찬가지로 올림머리를 하고, 팔꿈치 길이의 검은색 장갑과 스틸레도 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했다.


이방카의 드레스는 명품 브랜드 지방시가 맞춤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방카의 드레스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사브리나'는 운전기사의 딸 오드리 헵번이 재벌가 형제와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특히 오드리 헵번의 드레스는 노동자 계층의 딸이 상류 사회 중심인물로 변신하는 순간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방카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로 대표되는 인물로, 오드리 헵번의 드레스가 가진 의미와 상충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패션지 보그의 에디터 릴라 램지는 '오드리 헵번을 언급하는 잘못된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극단적인 정치가의 딸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여성으로 분장한 건 아이러니 그 자체"라며 "특히 네덜란드가 나치 점령하에 있을 때 오드리 헵번이 굶어 죽을 뻔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미국 패션 잡지 글래머는 "이방카는 1950년대를 연상시키는 선택으로 전통적인 보수적 미학에 호소하는 듯했다"며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라고 평했다.


오드리 헵번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반(反)나치 활동을 하던 레지스탕스였다. 고립된 연합군 공수부대원을 안전지대로 인도하며 음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또한 오드리 헵번은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평생을 바쳤으며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오드리 헵번의 팬들은 "이건 그녀에 대한 모욕이다" "헵번은 배우가 되기 전 이방카의 아버지가 모방하는 정치 운동에 반항하는 인사였다" "헵번은 이방카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등 의견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오드리 헵번의 장남도 나섰다. 숀 헵번 페러는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얻어 우아함과 품격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어머니의 정치 성향은 트럼프와는 맞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의 우아함은 내면의 아름다움과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요즘처럼 길을 잃은 듯한 시대에 많은 유명 인사에게 기준점이자 닻과 같은 존재가 되어 준다"며 "어머니는 권리를 박탈당한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고 덧붙였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방카는 백악관을 통해 "지방시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놀라울 정도로 정밀한 장인 정신으로 원작의 예술성과 우아함을 담아낸 걸작을 만들어냈다"면서 드레스를 입은 '특권'에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오랫동안 내게 영감을 준 오드리 헵번의 유산을 이러한 방식으로 기리는 것을 큰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이 순간을 실현해 준 지방시 팀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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