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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 ‘구준표 신드롬’ 무엇이 다른가


입력 2009.02.10 10:54
수정

강마에-구준표, 캐릭터 소비방식 극명한 차이

진정한 평가 ‘구준표’ 후광 벗겨진 후에

KBS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다.

드라마가 방영되자마자 거세게 몰아친 신인 이민호에 대한 열풍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자고 일어나니 톱스타’라는 말은 이민호를 위해 있는 듯할 정도다.

소위 ‘꽃남 폐인’들은 그가 하는 행동과 옷차림은 물론, 그의 과거에 이르기까지 모두 인터넷 이슈로 끌어올리면서 ‘신드롬’을 이끌고 있다.

이민호가 연기한 ‘구준표’는 잘생기고 키도 큰 데다 돈도 많다. 거기에 한 여자만 사랑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이민호가 이 역할로 단숨에 왕자님 캐릭터 계보를 이으며 톱스타로 발돋움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민호의 ‘구준표 신드롬’을 완성단계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이후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캐릭터에서 이민호를 찾는 게 아니라 이민호의 외형에서 ‘구준표’를 찾는다. 그리고 그 외모를 가진 이민호의 사생활이나 과거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다.


‘강마에 신드롬’과 무엇이 다른가?

지난해 가장 획기적인 캐릭터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이 연기한 ‘강마에’였다.

센세이션을 일으킨 ‘강마에’는 많은 시청자들을 통해 회자되고 또 소비됐다. 김명민은 그 인기에 힘입어 ‘강마에’ 이미지로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민호가 ‘구준표’로 주목받아 그 이미지를 그대로 광고에 가져간 것과 같다.

그러나 ‘캐릭터’로 사랑받은 이 두 배우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바로 캐릭터가 소비되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소비 방식이지만 그 내면을 보면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일단 이민호의 ‘구준표’는 엄밀히 말해 캐릭터 자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없다. 시청자들은 캐릭터에서 이민호를 찾는 게 아니라 이민호의 외형에서 ‘구준표’를 찾는다. 그리고 그 외모를 가진 이민호의 사생활이나 과거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다.

다시 말해, ‘구준표’의 인기는 이민호라는 연기자의 빼어난 외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마에’는 달랐다. 김명민이 맡은 ‘강마에’는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기 어려운 역할이었다. 그러나 김명민은 뛰어난 연기력을 통해 ‘강마에’의 내면을 관객에게 설득시켰다.

단지 독특한 분위기와 외모로 자신의 맡은 캐릭터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연기를 택함으로써 찬사를 받은 것.

<베토벤 바이러스>가 종영된 이후, 김명민은 더 이상 ‘강마에’가 아니었다. 그가 ‘강마에’ 이미지를 여러 방향으로 소비시켰다 해도 관객들은 그와 캐릭터를 동일시하지는 않았다.

관객들의 박수는 연기자 김명민이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해 냈는지에 대한 감탄이었다. ‘강마에’는 캐릭터로 남고 김명민은 훌륭한 연기자로 남은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이다.

‘이민호 신드롬’은 영화 <왕의남자>로 스타로 발돋움한 ‘이준기 신드롬’이나 2000년 초반 시트콤과 가수로 맹활약을 펼친 ‘장나라 신드롬’과도 상당 부분 닮아있다.

이준기는 ‘예쁜남자’ 이미지로 성공했고, 그 이미지를 통해 여러 광고에서 모습을 보였다. 장나라 또한, 귀여운 소녀 이미지로 광고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었다. 그들은 외모를 기반으로 ‘캐릭터’가 아닌 자신에게 시선을 끌어 모으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드롬은 반응이 크고 뜨거운 만큼 그 이미지가 소모되는 속도도 빠르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결국 이준기와 장나라의 신드롬은 비교적 빨리 가라앉았다. 이들은 자신의 이미지에 갇혀 오히려 활동에 제약이 생겼고, 첫 등장과 같이 화려한 영광은 지속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다행이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연기자들도 적지 않다.

이민호 역시 <꽃보다 남자>가 종영된 이후에도 당분간 팬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구준표’로 살 수는 없는 노릇.

이민호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지금이 아니라 <꽃보다 남자> ‘구준표’ 후광이 벗겨진 이후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데일리안 = 우동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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