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美 관세 높이면 물가도↑…韓, 고금리·고환율 이중 충격
입력 2025.01.20 13:20
수정 2025.01.20 15:08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고금리 장기화 전망
대외 불확실성 상승으로 고환율 지속 예상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라 우리나라 금리·환율도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보편적 관세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미 연준에서도 금리를 쉽게 인하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면 우리나라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진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한국 시간으로는 21일 오전 2시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날 경제, 통상, 이민, 에너지, 대외정책 등 100여 개 행정명령을 통해 국정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주목 받는 건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나라에 10% 내지 20% 기본 관세, 중국에 대한 60% 추가 관세 등을 공약한 바 있다.
관세 인상으로 물가상승…금리 인하 지연 우려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보편적 관세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미국 내 물가 상승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년 세계 경제전망에서는 미 연준도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면서 이후에도 추가 빅컷이 기대됐으나, 11월에 0.25%P 하향 조정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신정부 출범과 감세에 따른 경기부양책,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가능성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미 연준도 금리인하 경로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2기 정부 정책 추진에 따라 실제로 미국 내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지고,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기후위기 등으로 세계적인 물가가 다시 오르거나 물가하락이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될 경우 금리인하 속도와 폭이 축소될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봤다.
대외연에서는 트럼프 관세정책이 미국의 소비자 물가를 약 1.9%~10.4%까지 상승시킨다고 전망한 바 있다.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고환율 기조 지속
또 미 달러화는 트럼프 2기 정부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로 당분간 강달러 기조를 보일 것으로 봤다. 미국 신행정부 관세 인상, 불법 이민 차단, 감세정책 추진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재발 및 국채금리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이는 강달러 및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측 인사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 무역 불균형 완화를 위해 강달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점도 강달러 요인으로 봤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는 미국은 중국, 베트남, 스위스 등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환율 압박을 강화한 바 있어서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흐름 등을 반영하며 당분간은 고환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미국 정책 수위 조절, 금리인하 기대감 고조 시 하락세로 전망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정책 및 미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원화 강세가 제한될 수 있다.
주요 국제 투자은행들은 원/달러 환율이 2024년 4/4분기 1340원, 2025년 1/4분기 1310원, 2/4분기 1300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일 오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대외경제 불확실성↑…“고환율·고금리 지속 전망”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인해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고금리・고환율 충격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최근 발표한 ‘트럼프노믹스 2.0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보면 2기 정부엔 한국은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인플레이션 자극 정책을 펼치면,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전체적으로 한국 금리 인하 제약이 생겨 고금리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 연준은 물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물가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진 않는다. 다만 최근 미 연준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며 “단순 관세 부과 때문에 물가가 올라간다고 해 금리를 올릴 것 같지는 않으나, 경제 성장세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 연준도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나라도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빨리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도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1300원 후반대를 예상했는데, 최근엔 1500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며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1400원대인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