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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한국 패싱? 걱정할 주제도 안 된다 [기자수첩-정치]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5.01.20 07:00
수정 2025.01.20 13:12

트럼프 행정부의 '코리아 패싱', 이미 예견된 수순

트럼프, 북한 '핵 보유국' 인정 시사…안보 라인 변화

이해관계로 나뉜 여야 방미단, '원팀'으로 뭉쳐야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싱 할 상대가 없는데 '패싱'이라 말할 수도 없죠."


12·3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 한 대북 전문가에게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되짚어보면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도 없다. 리더십 공백 속에서 대한민국은 트럼프 당선인이 무시할 상대조차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트럼프의 '컴백'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부터 경제·외교·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기업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와중에 정부는 낙관론을 펼치며 위기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한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너무 순진한 것 같단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이러한 조언들조차 무의미해졌다. 사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진 것이다. 누가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한국이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트럼프 출범일(현지시간 20일)을 맞게 될 것이라고.


이제 트럼프의 '코리아 패싱'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트럼프는 한국을 상대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내왔다. 공식 석상에서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던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암시하며 한국을 뺀 북한과의 '직거래' 가능성을 드러냈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은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천생 장사꾼이다. "오너 대 오너의 대화가 익숙한 그가 오너조차 없는 구멍가게와 협상할 이유가 없다"는 한 전문가의 직언은 자존심을 헤집어 놓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단 한 번도 입에 오르지 않았다.


한국이 염원하던 북한 '비핵화' 역시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안보라인은 '비핵화'를 비켜갔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 사전 답변서를 통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회심의 카드'였던 '8·15 독트린'은 이미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대행의 대행' 체제에서 정부에 제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자신하며 "코리아 패싱은 없다"는 소아병적 희망론에 매달려 위기 대응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결국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회의 외교적 목소리가 신뢰를 얻으려면 300석의 통일된 목소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거대 야당은 '트럼프 스톰'에 대응하기보다는 대통령 당선과 함께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트럼프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조기 대선으로 당대표의 범죄 혐의를 덮고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궁지에 몰린 여당은 트럼프가 구세주라도 돼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트럼프 취임식에 가서 대한민국은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전해도 모자랄 판에 야당의 내란 선동을 고자질하겠다는 게 그들의 의식 수준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한국에 경제·안보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와 같이 색깔이 뚜렷한 대통령의 등장을 앞두고는 더더욱 그렇다. 이 시기에 한미 관계가 어긋난다면 차기 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물려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부적 혼란과 외교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침몰 위기에 놓여 있다. 서로 키를 잡겠다고 다툴 게 아니라 모두가 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침몰한 배의 선장이 될 것인가. 일단 배부터 구하고 볼 것인가. 여야 모두에게 답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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