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계엄여파에 더 어두워진 경제진단…정부 “고용 둔화·경기 하방압력 증가”(종합)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1.17 10:57
수정 2025.01.17 10:57

최근 경제동향 1월호…“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계엄·탄핵정국’ 단어 언급은 없어…‘고용 둔화’ 추가

12월 심리·체감지수 ‘뚝’…여행·숙박 등 대면 소비↓

지난해 소매판매액이 신용카드 대란 사태로 소비가 얼어붙은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2003년(-3.1%)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대 폭이다. 이번 소비 절벽은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를 포함해 모든 상품군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의류상점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 후 내놓은 두 번째 경기진단에서 경제 심리가 위축돼 하방압력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탄핵정국에 따른 경제 리스크에 정부가 경계심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진단에서는 ‘경기 회복’ 표현이 1년여만에 빠진 데 이어 이달에는 호조세로 평가해온 고용에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되고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전 ‘경기회복세’ 표현도 두 달 연속 빠지게 되면서 경기 진단이 더 어두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달 진단과 비교하면 ‘고용 둔화’를 추가하면서 경제 상황 우려를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높은 고용률 등을 부각하며 긍정적 평가를 해온 점과 대비된다.


경제 동향에서도 1년 1개월 만에 다시 고용 진단이 등장했다. 정부는 지난해엔 고용 상황 언급을 담지 않았다.


경기 하방 압력도 ‘우려가 있다’는 표현 대신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해 부정적 경기 전망에 더 힘을 실었다.


다만 ‘계엄’이나 ‘탄핵정국’ 등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이같은 정부 진단이 잿빛으로 변한 이유에는 지난 15일 발표한 고용동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2804만1000명으로 5만2000명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47만3000명 줄어든 이후 3년 10개월 만의 마이너스다.


건설업(-15만7000명), 제조업(-9만7000명), 도매 및 소매업(-9만6000명) 등에서 취업자가 감소했다.


실업자는 111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7만1000명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실업자가 17만7000명(49.2%)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실업률도 3.8%로 0.5%p(포인트) 증가했다. 고용률은 0.3%p 줄어든 61.4%였다.


비상계엄 전에도 우리 경기는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미약한 모습이었다.


11월 소매판매는 내구재(-0.1%), 비내구재(-0.7%) 감소에도 준내구재(4.1%)가 증가하면서 전월보다 0.4% 증가했다.


정부는 12월 소매판매의 경우 신용카드 승인액, 승용차 내수 판매량, 백화점 매출액 증가 등은 긍정 요인, 마트 매출액 감소는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11월 설비투자지수는 운송장비(0.1%) 증가에도 기계류(-2.0%)에서 투자가 줄면서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11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공사(-2.9%)가 감소했으나, 토목공사(7.7%) 개선이 만회하면서 전월보다 0.2% 감소했다. 다만 1년 전보다 12.9% 줄었다.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12월 수출은 역대 12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동월보다 6.6% 증가하며 15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64포인트(0.26%) 내린 2,520.85에, 코스닥은 1.19포인트(0.16%) 하락한 723.05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고환율 등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도 커지는 모양새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은 1%대를 유지했지만 전달(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 속보 지표 기준 88.4로 전달(100.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역시 11월 62.4에서 지난달 53.7로 급락했다.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0% 감소하며 3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지난달 26만2000명을 기록하며 전달(37만3000명)보다 10만명 넘게 줄었다. 지난해 10월(54만4000명)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진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드 국내 승인액(5.4%), 승용차 내수 판매량(6.7%), 온라인 매출액(12.0%) 등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소매판매·서비스 소비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 시내 의류상점 모습. ⓒ연합뉴스

기재부 관계자는 “카드 세부내역을 보면 여행·숙박 등 대면 소비는 줄어든 반면 온라인 매출이 늘었다”며 “전체 카드 승인액 자체는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이 공조해 2025년 경제정책방향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