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중 73명이 독감이라구요?…경구약 수급 불안에 주사제 ‘인기’
입력 2025.01.10 06:00
수정 2025.01.10 06:00
인플루엔자 감염 의심 환자, 2016년 이후 최대
항바이러스 경구용 치료제 타미플루 등 품귀
유·소아 보호자 중심으로 주사제 처방 증가
“저희는 아직 (약이) 부족하진 않은데, 일부 약국은 타미플루 처방이 안되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확실한 건 독감 환자들이 예년보다 많아졌어요.”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인후통과 발열을 동반하는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 또한 유행하는 독감으로 인해 타미플루를 비롯한 해열제, 진해거담제와 같은 처방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49주(12.1~7일)차 9.3%에서 52주(12.22~28일)차 50.9%로 급증했다.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도 52주차 73.9명으로, 49주차 7.3명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치다.
연말과 연초에 독감 환자들이 몰리며 일부 약국을 중심으로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 치료제 ‘타미플루’와 ‘조플루자’가 품절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타미플루의 제네릭 의약품인 독감 치료제 ‘한미플루’와 ‘타미비르’ 등도 품귀 현상을 보였다.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와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마르복식)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인플루엔자 치료제다. 타미플루와 조플루자 모두 전문 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타미플루는 계절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A형, B형의 증식을 막고 감염을 치료한다. 유아, 소아, 성인 모두 복용이 가능하며 1일 2회 5일간 경구 복용해야 억제 효과가 나타난다. 나이와 체중에 따라 1회 복용 용량은 달라질 수 있다. 조플루자의 경우 타미플루와 같은 효과가 있지만 1회 복용 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조플루자는 타미플루와 달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7~8만원의 환자 부담금이 발생한다.
타미플루와 조플루자는 지난해 HK이노엔이 한국로슈와 계약을 맺고 유통,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타미플루, 조플루자 수급난과 관련해 “일부 약국을 중심으로 품절 현상이 있었지만, 국내 재고는 충분하다”며 “준비된 물량을 바탕으로 원활한 수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감 확산 및 경구용 약 품귀 현상으로 주사제를 찾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주사제의 경우 5일 동안 복용해야 하는 타미플루 대비 1회 투여 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최근 유소아 사이에도 독감이 유행하며, 주사제를 찾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복용이 어렵거나 고열 증세를 보이는 소아의 경우 주사제를 처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독감 치료 주사제는 GC녹십자의 ‘페라미플루’다. 페라미플루의 경우 6개월 이상 소아부터 음식 섭취와 관계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정맥 주사 형태로 투약 시간은 총 15~30분 가량 소요된다. 다만 조플루자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종근당 ‘페라원스프리믹스’, JW생명과학 ‘플루엔페라’와 같은 제네릭도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페라원스프리믹스는 종근당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형이다. 주성분인 페라미비르와 생리식염수가 혼합돼 있어 별도의 조제 과정 없이 바로 투여할 수 있다.
관계자들 또한 유행하는 독감에 주사제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고 밝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독감 유행으로 페라미플루를 찾는 환자들이 전년 대비 늘었다”며 “특히 경구약 복용이 어려운 유소아 보호자들이 주사제를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귀 현상에 대해선 “아직까지 수급 문제는 없으며,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