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보톡스 분쟁’…재무 부담 가중되는 메디톡스

ITC “휴젤, 관세법 등 법 위반 사실 없어”

메디톡스 CAFC 항소 제기, 휴젤 이해 관계자로 참여

메디톡스 소송으로 인한 지급 수수료 증가 추세

메디톡스가 ITC 결정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사실이 7일 공시됐다. ⓒ메디톡스

휴젤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소송이 다시 점화됐다. 메디톡스가 휴젤의 손을 들어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항소하면서 이어진 소송전으로 메디톡스의 재무 부담 또한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휴젤은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메디톡스가 지난달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ITC를 상대로 항소를 제기했다”며 “당사는 해당 항소에 이해 관계자로 참가한다”고 밝혔다.

앞서 메디톡스는 2022년 5월 휴젤이 자사 균주와 제조 공정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며 휴젤과 휴젤 아메리카, 휴젤의 파트너사인 크로마파마를 ITC에 제소했다.

그러나 ITC는 지난해 6월 예비 심결과 10월 최종 심결에서 “메디톡스 측이 제기한 균주 절취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휴젤이 관세법을 비롯해 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며 최종적으로 휴젤의 손을 들어줬다.

휴젤 관계자는 “이번 CAFC 항소심은 메디톡스와 ITC 간의 행정 소송으로, 당사는 이해 관계자로서 참여해 필요한 자료나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며 “항소 당사자가 아니기에 조사가 개시된 이후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항소는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 미국 출시를 앞둔 휴젤은 물론, 소송비로 수백억원을 사용한 메디톡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는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3대 톡신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 유럽, 중국 진출에 나섰다. 현재 휴젤은 레티보의 본격적인 미국 판매에 앞서 영업,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소송에서 CAFC가 메디톡스의 항소를 인용하면 레티보의 미국 판매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소송이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3년 내 미국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 올린다는 휴젤의 당초 목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 또한 계속되는 소송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메디톡스가 지출한 지급 수수료는 총 271억원이다. 지급 수수료에는 로열티, 특허권 사용료,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기업의 소송 비용 또한 재무제표상 지급 수수료로 반영된다.

메디톡스의 지급 수수료 지출은 휴젤과의 ITC 소송 등 진행 경과에 따라 늘거나 줄고 있다. 2020년 168억원, 2021년 161억원에 그쳤던 메디톡스의 지급 수수료는 휴젤과의 소송이 한창이던 2023년 504억원까지 늘어났다.

지급 수수료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도 나란히 줄어들었다. 500억원이 넘는 지급 수수료를 사용한 2023년 메디톡스의 영업이익은 173억원에 불과했다. 2022년 영업이익 467억과 비교하면 62.9%나 감소했다.

메디톡스 균주 도용 소송 소식이 이어질 때마다 흔들리는 주가도 악영향이다. ITC 최종 심결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0월 11일, 종가 기준 18만7300원이던 주가는 일주일 만에 7% 이상 하락하며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메디톡스의 CAFC 항소 소식이 전해진 이후 8일 오후 1시 43분 기준 메디톡스는 전 거래일 대비 0.64% 하락한 12만3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메디톡스는 관계자는 항소 결정과 관련해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이번 항소는 CAFC와 진행하는 것으로 ITC 소송 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