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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 경계가 무너지면 세상을 구한다고?…넥스트 AI '양자'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5.01.06 11:58
수정 2025.01.06 11:58

CES 2025 새 화두로 양자 컴퓨팅 추가…슈퍼 컴퓨터의 30조 배 빨리 연산

여러 상태 겹친 '중첩'·하나 결정되면 다른 하나도 결정되는 '얽힘' 원리 활용

2000년대 이후 빅테크 중심 연구 활발…2030년 155조 시장에 韓도 속도내야

새로운 윌로우(Wollow) 칩을 섭씨 영하 273도 이하로 냉각하는 구글 양자 컴퓨터의 냉각 시스템. ⓒ뉴시스

올해에도 AI(인공지능)이 글로벌 경제·산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CES 메인 테마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수백개의 기업들이 관련 기술·제품 발표를 앞두고 있다. AI 뒤를 이을 '게임체인저'로는 무엇이 다가오고 있을까. CES 새 화두로 추가된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유력하다. 슈퍼 컴퓨터 보다 30조 배 이상 뛰어난 연산 능력을 갖춰 인류의 진보에 혁혁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 미래기술을 톺아보자.


지난달 9일(현지시간) 구글이 10셉틸리온(septillion·10자)년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처리한다는 양자 칩 '윌로우'를 공개하자 업계는 들썩였다.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면, 그간 인류가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10셉틸리온년은 우주 나이 138억년의 약 72조배를 뜻한다.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슈퍼하이테크 세상도 성큼 다가올 전망이다.


에릭 루세로 구글 수석 퀀텀 엔지니어는 2022년 당시 "2030년에는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클린 에너지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진보를 AI 이상으로 앞당길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이론을 사용해 고안된 새로운 컴퓨터다. 그렇다면 양자(量子)라는 말은 뭘까.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 단위'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이렇게 작은 세상에서는 일상의 물리적 현상과 다른 운동 원칙이 적용된다. 즉, '파동'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는 데 이 현상을 다루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에서는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이라는 두 가지 중요 개념이 따라온다.


중첩은 말 그대로 물질 하나에 여러 상태가 겹쳐있다는 뜻이다. 동전을 뒤집어 확인하기 전까지 동전의 앞면이기도 하고 뒷면이기도 한 상태를 일컫는다.


얽힘은 양자 물질들이 서로 얽힌 현상이다. 상자 2개에 빨간색 공과 파란색 공이 들어있다고 가정해보자.두 상자 중 하나를 열었을 때 빨간색 공을 확인했다면 나머지 상자는 파란색 공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확정된다. 두 상자간 거리는 상관없다. 하나의 상자만 확인하면, 즉 하나의 양자 상태를 결정하면 동시에 다른 상자의 상태가 결정된다.


이런 양자 중첩, 양자 얽힘 원리가 종합적으로 들어간 기술이 양자 컴퓨터다. 1 또는 0으로 표시되는 '비트(Bit)'를 쓰는 일반 컴퓨터와 달리, 양자 컴퓨터는 상태가 0, 1, 0과 1 모두 일 수 있다. 이 작용 단위를 퀀텀 비트, 줄여서 큐비트(Qubit)라고 한다.


큐비트는 양자 중첩 원리상 한 번에 여러 정보를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n개의 큐비트라면 2의 n제곱만큼 중첩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마치 미로에서 길을 찾으려고 할 때 기존 컴퓨터가 길을 하나씩 가본 뒤 정답을 찾는 것과 달리 한꺼번에 여러 길을 가 한 번에 정답을 찾는 방식이다.


따라서 얼마 되지 않는 큐비트만으로, 슈퍼 컴퓨터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구글이 9일(현지 시간) 양자 오류를 크게 개선한 새로운 양자 칩 ‘윌로’를 공개했다.ⓒ 구글

이 양자 컴퓨터는 1980년대 이론적 개념이 등장한 이후 2000년대부터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상용화 개발이 진행중이다. 삼일회계법인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초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과 데이비드 도이치가 양자컴퓨터 기본 개념을 제시한 이후 1990년대 양자컴퓨터의 실험적 연구가 시작됐다. 큐비트 개념 정립도 이 때 이뤄졌다.


2000년대 들어 구글, IBM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양자컴퓨터 상용화 연구 및 개발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IBM은 2023년 양자 프로세서 'IBM 퀀텀 헤론'을 출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11월 24개의 논리적 큐비트 구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지난달 양자 칩 '윌로우'를 공개하며 속도 경쟁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한국 정부도 양자컴퓨팅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구축중인 양자컴퓨팅센터에 5년간 178억원을 투입, 양자 알고리즘 개발과 산업생태계를 조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연세대 산학협력단은 IBM 127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도입해 양자컴퓨팅센터를 구축 중이다. 통상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 보다 더 나은 연산 결과를 보이려면 큐비트가 최소 50개 이상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각국 정부가 앞다퉈 양자컴퓨팅에 뛰어드는 것은 AI 다음으로 미래 상용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발간한 '양자정보기술 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기술 시장의 총 규모는 2023년 25조9024억원에서 2030년 155조5112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수혜 시장으로는 양자통신, 양자센싱, 양자컴퓨팅이 꼽힌다. 양자통신은 양자 하나하나에 정보를 담아 암호화하는 통신 기술로, 이 시장은 2030년 24조7368억원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자센싱은 양자 시스템을 이용해 양자 상태의 미세한 변화를 정밀하게 감지하는 센서 기술이다. 이 양자 센서를 활용해 의료 영상 분야에서는 0.05mm 이하 크기의 미세 암을 발견할 수 있고 지하탐사 분야에서는 최소 지구 중력의 100억분의 1을 감지해 싱크홀, 화산활동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시장은 2030년까지 6조9482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양자컴퓨팅은 기계학습, 최적화, 시뮬레이션, 금융서비스, 전자소자, 사이버보안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공공안전 및 국방·우주 분야도 포함한다. 5년 뒤 이 시장은 123조826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약 개발, 항공우주, 암호화 등 대규모 정밀 데이터 분석을 요하는 분야마다 대대적인 혁신이 예상되는 만큼 양자 컴퓨팅 개발·투자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CES 주관사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퀀텀 월드 콩그레스'와 협력해 양자 기술의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하고 국제연합(UN)이 올해를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양자 컴퓨팅의 중요성은 인정하되, AI 만큼의 발전 속도를 구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높은 오류율, 극저온 상태에서의 작동, 외부 환경 민감성 등의 한계 등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큐비트 구현 방식으로는 초전도체, 이온 트랩(덫), 광자, 반도체 스핀, 중성원자 등이 있다. 구글과 IBM이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초전도 큐비트는 얽힘 구현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극저온 상태에서 동작한다는 단점이 있다.


양자 중첩과 얽힘을 잘 제어할 알고리즘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이 양자 알고리즘이 잘 개발되지 않으면 결과 정확도든, 처리 속도든 일반 컴퓨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상온에서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양자 오류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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